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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와 친구들이 보는 한국의 '먹방·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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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와 친구들이 보는 한국의 '먹방·쿡방'

입력
2015.06.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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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라 기자가 3일 오후 6시부터 7시 까지 인터넷 먹방에 도전했습니다. 이 기자의 맹활약은 추후 기사와 동영상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 다시보기]

①우리나라 최초의 '먹방'을 아세요?

②주방에서 나온 셰프들, 어떻게 예능인이 됐나

③이 시대에 '요섹남'이 필요한 이유

[편집자주] 방송계를 넘어 일상까지 물들인 먹방·쿡방.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화제가 되는걸까요? '대한민국, 식탐에 빠지다'에서는 먹는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이를 보는 시선을 조명합니다.

외국인 눈에는 한국의 '먹방'(먹는 방송)이 개고기 식용 문화만큼 기이했나보다. 최근 미국 ABC방송이 우리나라의 '먹방' 문화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아프리카TV의 먹방 시스템을 두고 "먹는 모습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평했다.

방송인 데이브도 같은 생각이다. 거주 6년차, 한국문화를 알만큼 안다지만 먹방 문화까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TV 쿡방 예능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지난 28일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미국 대표 데이브(27)와 일본인 에리나(23), 중국인인 걸그룹 프렌즈 멤버 쥰키(27)를 만났다. 삼인삼색 외국인 청춘들은 한국 먹방·쿡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과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일본인 에리나, 방송인 데이브, 걸그룹 프렌즈의 쥰키.
왼쪽부터 일본인 에리나, 방송인 데이브, 걸그룹 프렌즈의 쥰키.

1. 인터넷 먹방의 이해

데이브(거주 6년): 난 친구 중에 인터넷 먹방 BJ가 있다. 한시간 동안 앉아서 먹기만 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더라. 직접 시청하면서도 인터넷 먹방 문화가 공감이 안됐다.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

에리나(2년 6개월): 일본에는 '푸드파이터'들이 나오는 방송이 인기가 많다. 마른 사람이 6~7kg 나가는 음식을 먹는 걸 보면서 속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일본에도 비슷한 먹방 문화가 있어 인터넷 먹방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언젠간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쥰키(2년 7개월): 중국은 흔히 '요리의 대륙'이라고 한다. 그만큼 음식을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먹방도 즐길 것 같다. 'YY닷컴'이라고 아프리카TV와 비슷한 사이트가 있다. 나도 아는 언니와 쿡방에 도전해보려고 기획사 사무실을 예약해놨다. 중국에는 아직 먹방이 발달돼 있지 않으니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하고 어려운 중국 전통요리보다는 떡볶이 같은 간단한 한국요리로 중국인의 눈길을 끌고 싶다.

데이브: 미국 문화는 다르다. 한국인들은 칭찬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너 잘 먹는다" "진짜 복스럽게 먹는다"는 등의 표현이 없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 먹는지에 대해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남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를 비매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인터넷 먹방이 통할 리가 없다.

2. 우리나라 쿡방 예능, 해외에서는 통할까

데이브: 한국에서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오늘 뭐먹지?'와 같은 쿡방 예능이 인기다. 미국에서는 이런 포맷이 신선할 수 있다. 한국 같이 정보와 예능소재가 병합된 쿡방은 많지 않아 기획만 탄탄하다면 관심을 살 수도 있다. 미국 요리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소재가 많다. 살벌하고 치열한 업계의 모습을 담는다. 고든 램지 같은 스타셰프도 이런 프로그램에서 탄생했다.

에리나: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먹방·쿡방이 흥행했다. '고독한 미식가' '심야식당' 등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히트 드라마다. 이미 비슷한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한국의 쿡방이 일본인에게 참신하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쥰키: 중국은 지역마다 쿡방 문화가 제각기 달라 일반화시키기가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성주가도’ 같은 요리 대결 프로그램이 인기다. 셰프보다는 유명 연예인 게스트의 유무가 중요하다.

최근 중국은 '런닝맨' '비정상회담' 등 한국 예능 포맷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프로그램마다 흥행해 "중국에서는 뭘 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눈여겨볼 변화는 최근 케이팝의 시대가 가고 케이푸드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내 중국인 친구는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치맥 방송 이후 치킨집을 열어 최근 지점을 12개로 확장했다. 그 정도로 한국 음식이 인기가 많다. 쿡방 예능도 충분히 히트할 수 있다.

3.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식문화'

데이브: 최근 한국음식 먹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비교 영상을 찍어 SNS에 공유했다. 영상이 과장된 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이 공감했다. 영상 속에서 내가 냉면을 데워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에는 냉면같이 차가운 면 요리가 없다. 처음 먹을 때는 이상했지만 지금은 맛있게 먹고 있다. 쥰키, 에리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음식이나 식문화가 있지 않았나?

에리나:일본인 친구들이 이해 못하는 문화 중에 하나가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일본인 친구들과 맛집에 가서 SNS에 올릴 사진을 찍으니 “빨리 먹지 뭐하냐”는 반응이었다. 반면 한국인 친구들과는 식사 전 사진 촬영은 기본이다.

또 내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 한국인들은 한 냄비 안에 있는 요리를 개인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개인 접시에 덜지 않고 먹으니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쥰키: 한국인들이 정이 많아 그렇다. 처음 한국 왔을 때 배부른데도 계속 “더 많이 먹어”라고 해서 놀랐다. 나를 괴롭히려는 행동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 한국인 특유의 애정이라는 것을 안다. 중국인들은 맛있게 먹을 만큼 먹으라고 하지, 계속 더 먹으라고 하지 않는다.

데이브: 요즘 한국인들을 보면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조용히 음식에 집중한다. 면 요리를 먹을 때도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에리나: 일본은 어떤 면 요리냐에 따라 달라진다. 파스타는 소리를 내면서 먹으면 비매너지만, 라멘은 후루룩 소리를 내 맛있다는 표현을 한다. 또 한국에서는 그릇을 올리면 안되지만, 일본에서는 그릇을 들고 먹어야 한다. TV프로그램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요소가 많지만 식문화에서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조한울 인턴기자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3)

김연수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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