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특사 오건 말건 대미 비난 ‘마이웨이’

내각 기관지 “美 적대 행위 종식 때에만 평화”

노동신문도 트럼프 욕하며 핵 개발 의지 천명

김정은 면담 보도 아직… 北, 거듭 “협상 불가”

“쑹 마술사 아니다” 中 언론 부정 보도 일색

리수용(왼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나줄지에 관심이 집중된 19일에도 북한은 대미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20일 쑹 부장 귀국을 앞두고 중국 언론은 방북 성과에 대해 부정적 관측 일색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개인 필명 논평에서 최근 우리 해군이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과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벌인 사실을 거론하며 “늙다리 미치광이 트럼프의 남조선 행각 이후에 강행된 군사적 도발 행위로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격화의 주범이 과연 누구인가를 세계 면전에서 다시 한 번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에 아부굴종하며 상전과의 군사적 공모결탁 강화에 매달리는 괴뢰들의 북침전쟁 야망은 언제 가도 변함이 없다”며 “조선반도와 지역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은 정세 긴장의 주범인 미국의 군사적 적대 행위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정책이 종식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대 성명’을 분석하는 기명 논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북핵 폐기를 노린 무분별한 대북 압살 행각, 미국의 배를 채우기 위한 강탈 행각, 패권적 지위 복귀를 노린 교활한 행각”이라고 평가하며 핵무기 개발 지속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쑹 부장 방북 사흘째인 이날 오후 6시까지 북한 매체에서 김 위원장의 쑹 부장 면담 관련 보도는 없다. 노동신문 보도 내용 중에는 당 중앙위원회가 전날 쑹 부장을 위한 연회를 열었다는 사실만 새로운 내용이었다. 다만 쑹 부장은 17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18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잇달아 만나 양당 및 양국 간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가 이 사실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쑹 부장과 리 부위원장 간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가 두루 논의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단 성과를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쑹 부장 방북 첫날인 17일 정세논설에서 “우리 공화국의 최고 이익과 인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문제는 절대로 흥정탁(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대성 주(駐)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17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중국 측으로부터도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북ㆍ중 고위 인사가 지난 금요일 회동했으나 회동 후 발표한 성명서에 북핵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며 양국이 북핵 관련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한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18일 사설에서 “쑹타오는 마술사가 아니다”라며 “쑹 부장이 문을 조금 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