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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자경험 조사, 환자중심 의료의 첫 걸음

입력
2017.07.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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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퇴원한 환자 중 일부를 표본으로 17일부터 환자경험 조사를 시작했다.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입원해 있는 동안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충분했는지,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기 쉬웠는지, 치료 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 의학한림원은 바람직한 의료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안전성, 효과성, 환자중심성, 적시성,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여섯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환자중심적 의료란 환자 개인의 선호, 필요와 가치를 존중해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의 가치에 따라 모든 임상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의료를 말한다. 환자중심적 의료를 제공하려면 건강정보 이해력 증진, 임상적 의사결정 과정의 개선, 환자 스스로의 건강 돌보기 능력 향상, 환자안전의 개선, 보건의료 접근성 보장, 진료 경험 개선, 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하다. 환자경험 조사는 이 중 진료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OECD가 회원국 보건의료의 질적 수준을 비교하는 사업에서도 2013년부터 환자경험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1995년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를 통하여 CAHPS라는 표준화된 환자경험 조사 도구를 개발하였고, 이를 이용해 의료기관 유형별로 환자경험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도 우편 전화 웹사이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로 환자경험을 수집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을 반영해 OECD는 2012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환자들이 자신의 진료 경험을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환자경험 조사로 병원 행정업무 부담 증가, 병원 사이의 과도한 서비스 경쟁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다. 또 상당수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정기적 환자만족도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개선 활동을 하고 있어, 새로운 평가의 도입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환자경험 조사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으로, 진료 결과에 대한 주관적 판단과 개인의 기대수준에 영향을 받는 환자만족 조사보다 객관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또한 조사 결과를 바로 개선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과거의 환자만족도 조사는 병원별로 다른 도구를 사용해 다른 병원과 결과를 비교할 수 없었지만, 이번 환자경험 조사는 타당성이 검증된 표준화 도구를 사용해 기관 간 비교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의 환자경험 조사는 상대적으로 환자만족도 조사 등 비교적 질 향상 활동을 활발하게 수행해 온 대형병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중소병원과 의원을 빠뜨렸다는 한계가 있다. 또 조사 도구가 급성기 병원의 입원 환자용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요양병원 입원 환자나 병의원의 외래 환자에게 적용할 조사 도구를 새로 개발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이상일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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