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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시장 점령? 시장의 아이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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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시장 점령? 시장의 아이돌화

입력
2015.03.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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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엑소(EXO)가 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엑소 플레닛 #2 - 디 엑솔루션(EXO PLANET #2-The EXO'luXion-)'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엑소 플레닛 #2 - 디 엑솔루션(EXO PLANET #2-The EXO'luXion-)'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대중음악은 아이돌뿐이라서 들을 만한 것이 없다고들 한다. 이에 대한 불만이 많은 듯한데, 시장 원리로 돌아가고 있을 대중음악계는 왜 아이돌뿐일까.

우리 대중음악은 크게 장르 음악과 가요로 나뉜다. 장르 음악은 록, 힙합, 재즈, 일렉트로닉 등 장르 고유의 음악적 문법을 중시한다. 반면 가요는 장르 구분이 모호하지만 흔히 발라드와 댄스 음악이 이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아이돌 음악도 마찬가지다.

영미권의 대중음악 시장은 장르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장르 음악이 주류 시장과 격리돼 있다. 장르 음악 팬이 모두가 공감하는 단 한 가지는, 각자의 장르 환경이 국내에서 매우 척박하다는 것이다. 힙합이 대세라고는 하나 힙합 팬들도 힙합을 차용한 ‘힙합 가요’와 힙합이 전혀 다른 음악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록 장르도 그렇고 일렉트로닉 장르도 소수의 비주류 음악에 속한다.

자연히 장르 음악은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가요의 틀 속에서 아이돌이 아닌 음악가들이 선전하면 좋겠으나, 이들은 상대적으로 파편화돼 있다.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무리를 지어내고 있는 건 유희열과 윤종신뿐이다.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가는 조류, ‘신(scene)’의 부재는 그 영향력에 한계를 가져온다. 아이돌을 뛰어넘을 만한 강자는 언더그라운드에도, 메이저에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아이돌의 범주는 그 경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실력파로 눈길을 모은 신인 가수 샤넌은 여고생 콘셉트로 아이돌 같은 ‘왜요 왜요’를 내놓고, 윤종신이 설립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도 김예림, 퓨어킴 등을 통해 아이돌의 경계를 오간다. 아이돌그룹 빅스의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는 원래 발라드 전문 기획사였다. 래퍼 매드클라운, R&B 가수 주영과 정기고는 MBC 에브리원의 ‘주간 아이돌’에서 아이돌처럼 소비된다. 대중음악계 전반이 외모나 캐릭터, 예능 출연 등을 중시하면서 아이돌과 유사한 속성을 띠게 된 것이다. 이는 아이돌이 우리 대중음악 산업의 보편적 모델이 되어감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나쁠 것은 없다. 우리가 반드시 영미권의 산업 구조를 재현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 시장을 점령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아이돌화된 것이란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내부 질서가 바뀌었다면 아이돌 이외의 음악은 일종의 소수자가 된 셈이다. 이들이 자생하는 데에는 이제 아이돌에 대한 비판이나 배격만으론 부족하다. 결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생존은 돈의 문제고, 들을 게 없다는 불만은 돈이 되지 않는다. 다른 음악을 원한다면 찾아서 소비하는 것만이 이 ‘소수자’에 대한 유효한 지지의 표명이다. 다행히 불만엔 돈이 들지도 않으니, 찾아 듣기 번거롭다는 불만은 가져도 좋겠다.

미묘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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