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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물관리 일원화와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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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물관리 일원화와 거버넌스

입력
2018.01.10 18: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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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간 물관리 정책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워터(K-water)에 재직하면서 느낀 아쉬움이 있다. 먼저 물 관리를 담당하는 공기업으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 특히 정부 부처가 개별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각각 수량과 수질에 관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게 과연 ‘국가 전체 차원에서 최적의 목표와 성과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관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관리 체계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러한 괴리와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를 위한 물관리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수량과 수질 관리 기능의 분절로 인한 재정 비효율과 국민들의 물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물관리 부처 일원화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한국정책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물관리 기능이 일원화할 경우 하천사업의 중복 해소, 광역ㆍ지방상수도의 통합운영, 물 수요관리 강화와 시설 연계 운영 등을 통해 향후 30년 간 15조7,000억원(예상)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 홍수와 가뭄의 예방 및 수질 개선의 정성적 효과가 기대되는 등 통합관리의 효과도 지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아울러 정부를 포함한 물 관리기관 및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물관리 거버넌스의 정립도 필요하다. 부처 일원화와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용수, 행정안전부의 소하천,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용 댐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관리 기능의 통합ㆍ조정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제도의 내실화 강화에 따라 중앙과 지방 정부간의 원활한 소통과 조정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물은 지역ㆍ소득ㆍ계층 등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누려야 하고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다. 민ㆍ관ㆍ학ㆍ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구속력을 가진 국가 내지 유역관리위원회를 통해 물 관련 국가계획과 사업을 심의ㆍ조정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해 관계자 간 협력을 통해 의사결정의 민주성 확보와 균형잡힌 정책 결정도 이뤄내야 한다.

머지않은 장래의 물관리 여건은 더욱 녹록하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패턴 변화 등에 따라 전문가들은 극한 가뭄과 홍수에 대한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물관리 전 분야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농어촌 지역 등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는 상하수도의 혁신이 없다면 서비스 불균형만 심화시킬 것이다.

이렇듯 복잡ㆍ다양해지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량과 수질, 수생태, 재해예방이 국가 물관리 컨트롤타워라는 일관된 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물관리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통합해 예측력을 높이고, 시설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합리적 물 배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영세한 규모인 국내 물 관련 기업을 육성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럴 때 상류와 하류, 도시와 농어촌, 중앙과 지방 간 균형서비스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며 깨끗한 물을 차별 없이 누리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우리 정부에 수량과 수질에 대한 정책기능의 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와 거버넌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성숙해 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각 정당이 공약으로 제시한데다 최근 한국정책학회의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국민의 65%, 전문가들의 77% 이상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주권시대, 국민이 주인인 정부에서 정책 성공을 가늠하는 최우선 기준은 국민 공감일 것이다. 물관리의 지역적ㆍ시간적 비효율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 물관리’가 필수다. 성공적 통합 물관리 실행을 위해 정부조직의 통합과 아울러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구속력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함께 확립돼야 한다.

이학수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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