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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새끼를 업어 키우는 건 원숭이도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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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새끼를 업어 키우는 건 원숭이도 매한가지

입력
2018.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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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안기와 업기 중 업기를 선호한다. 사진은 새끼를 업고 있는 갈색꼬리감기원숭이.
원숭이는 안기와 업기 중 업기를 선호한다. 사진은 새끼를 업고 있는 갈색꼬리감기원숭이.

사람과 원숭이는 동물들 중 특이하게 새끼를 안고 업는 두 가지가 모두 자유로운 동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안기와 업기 중 주로 업기를 선호한다. 그런데 그들 업기에는 꼭 하나 중요한 요건이 있다. 새끼의 능동적인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새끼는 그 작고 연약한 손으로 어미의 털을 꼭 붙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심한 요동 중에 그만 낙상해버리고 만다. 

지상과 공중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어미의 등에 업혀(매달려), 하루 대부분을 보내다가 수유할 때에야 비로소 등에서 내려와 그리운 어미의 젖 앞에 잠깐 머무를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신대륙(남미)원숭이는 쉴 때도 늘 업혀있고, 큰 구대륙(아시아, 아프리카)원숭이는 쉴 때는 주로 앞으로 안고 있다. 분류학상 사람도 큰 구대륙 원숭이에 속한다. 안는다는 건 곧 어미와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알라는 주머니 속에 새끼를 안고 있다가 생후 6개월이 되면 어미의 등에서 업혀 지낸다. 픽사베이
코알라는 주머니 속에 새끼를 안고 있다가 생후 6개월이 되면 어미의 등에서 업혀 지낸다. 픽사베이

그럼 여타 동물들은? 팔이 없는 네 발 동물들은 당연히 안고 업고를 할 수 없다. 곰은 둔탁하지만 새끼 젖먹일 때 안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들 어미는 조용한 곳에 새끼를 낳아 입으로 손 역할을 대신하며 애지중지 키운다. 굴속에서 나올 때쯤엔 본능적으로 어미젖을 찾아가 빤다. 육식동물들은 초기 한두 달은 미숙하지만 금방 성숙해지고, 초식동물은 출산 1시간 안에 어미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을 따라할 수 있다. 

분만 초기에는 안고만 있다가 후반에는 업는 동물도 있다. 바로 배에 육아주머니를 가진 유대류 동물인 ‘코알라’다. 태반이 없거나 덜 발달돼 갓 태어난 새끼를 주머니에서 마저 키우는 동물들이 유대류다. 코알라는 캥거루와 같이 임신 한 달 만에 출산하고, 새끼는 육아주머니에 들어가 젖을 빨며 6개월이나 안겨서 보낸다. 그러다 6개월이 지나면 육아주머니 아래 입구로 빠져나와 등으로 올라가 주로 업혀 지낸다. 배고프면 다시 육아주머니로 들어가 젖을 빨고 나온다. 이런 안고 업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익숙한 모습을 투영하기 때문에 코알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

새끼 돼지꼬리원숭이가 어미의 품에 안겨있다. 새끼는 어미와 눈을 맞추기 보다는 어미의 가슴팍에 얼굴을 폭 파묻고 지낸다.
새끼 돼지꼬리원숭이가 어미의 품에 안겨있다. 새끼는 어미와 눈을 맞추기 보다는 어미의 가슴팍에 얼굴을 폭 파묻고 지낸다.

안기를 잘 하는 구대륙원숭이는 새끼와 어미의 소위 '아이콘택(눈 마주치기)'이 잘 이루어 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원숭이들은 태생적으로 눈 맞춤을 싫어한다. 새끼와도 마찬가지다. 안을 때조차 새끼는 어미의 가슴에만 집중하고 어미는 아주 가끔 새끼를 쳐다보거나 몸을 다듬어 줄 뿐 시선은 거의 정면을 향해있다. 아빠 원숭이들은 새끼를 가끔 만지긴 하지만 안는 법은 거의 없다. 늘 멀리 떨어져서 어미와 새끼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새끼가 있을 때는 그도 주변경계가 훨씬 강화되고 성격이 무척 예민해지긴 한다.

요즘 동물원에서도 캥거루의 주머니를 모방한 듯한 아기띠를 맨 남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동물원에서도 캥거루의 주머니를 모방한 듯한 아기띠를 맨 남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사람 아빠들은 다르다. 사람의 자연 모방력이 여기 한 몫을 한 듯하다. 사람은 정말 모방의 천재다. 원숭이는 새끼가 엄마 털을 알아서 잡고 있기 때문에 업을 때 손이 자유롭지만, 털 없는 사람은 아기를 업을 때 손이 필요하다. 손으로 업는 게 힘들어 업는 어미 원숭이 아기 원숭이를 업고 있는 모양을 닮도록 만든 포대기가 나오더니 이젠 앞으로 매는 아기 주머니까지 등장했다. 다분히 캥거루 육아낭을 모방한 이 '캥거루 멜빵'은 사실상 아빠들의 나들이 전유물이다. 신체구조상 아빠들은 안기나 업기가 엄마에 비해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 놀라운 발명품 이후로 더 이상 그런 불평도 통하지 않는다. 동물원에서도 캥거루 멜빵을 한 아빠들을 보는 게 낯설지 않다. 원숭이들도 그 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다.

내 품에 안긴 오랑우탄은 아기띠를 맨 사람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품에 안긴 오랑우탄은 아기띠를 맨 사람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새끼 원숭이 입장에선 이 광경이 어떻게 보일까? 안아준다는 건 대개 젖 준다는 신호를 의미하는데 갑자기 밋밋한 벽이 눈앞에 턱 나타난다. 부드럽지도 않고 좋은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마치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듯 다리에 압박이 심하게 오고 몹시 흔들린다. 물론 원하는 젖도 주지 않는다. 캥거루 멜빵을 한 사람 아빠를 보면서 원숭이 새끼는 '제발 젖 좀'하겠지만 어미는 부러움으로, 아비는 뜨악하며 위기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건 나의 착각일까?

글ㆍ사진 최종욱 수의사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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