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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내몰린 창업ㆍ갑질이 만든 ‘자영업자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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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내몰린 창업ㆍ갑질이 만든 ‘자영업자의 무덤’

입력
2017.07.1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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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로열티 대신 유통마진 챙겨 수익

전문적 사업 시스템 없이 가맹점 모집 급급

인기 브랜드 모방한 ‘미투 브랜드’도 쏟아져

'갑질논란'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떠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갑질논란'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떠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국내1호’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소공점(1호점)이 문을 연 것은 1979년10월5일이다. 이후 프랜차이즈 시장은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프랜차이즈 전체 매출 규모는 지난해 100조원도 돌파했다. 12일 공정거래조정원의 ‘2016년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273개, 가맹점은 21만8,997개(2015년 말 기준)나 됐다. 구조조정으로 창업 전선에 내 몰린 퇴직자들이 초기 정착 리스크가 적은 프랜차이즈에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창업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짙다. 하루 평균 115개의 가맹점이 새로 생기지만 문을 닫는 곳도 66개(2015년 기준)나 된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평균 사업기간은 4년8개월(지난해말 기준)에 불과하다. 2007년 172건이던 본사와 가맹점간 분쟁건수는 지난해 59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프랜차이즈가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전락한 것은 무엇보다 기형적인 수익구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브랜드 상표권, 상품제조 노하우 등 지적 재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5~6%)을 수익으로 챙기는 ‘로열티’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는 로열티 대신 유통마진을 챙기는 식으로 수익을 거둔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필요한 원부자재(식재료 등)를 본사 또는 특정 업체와 거래하도록 ‘강제’하고, 공급가격에 마진을 붙인다. 미스터피자 가맹본부가 시중에서 7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치즈(10kg)를 9만원대에 ‘강매’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로열티 구조인 미국은 가맹점 매출이 증가해야 본사도 수익을 버는 구조여서 본부와 가맹점이 사실상 공동 운명체”라며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본사가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가맹점을 부당하게 떠넘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피자 프랜차이즈의 한 가맹점주는 “현 수익 구조에선 본사가 가맹점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며 “본사는 가맹점수만 늘리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없는 프랜차이즈가 난립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영균 대진대 법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광고, 물류, 연구ㆍ개발(R&D) 등 종합적인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채 유행 아이템 하나만 들고 뛰어들어 가맹점 모집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엔 이른바 ‘미투 브랜드’(1위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한 브랜드)만 범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설빙’이 우유 얼음을 갈아 만든 ‘눈꽃 빙수’ 제품으로 성공하자 ‘백설공주’, ‘위키드 스노우’ 등 비슷한 메뉴를 내세운 프랜차이즈가 쏟아진 바 있다.

근본적으로 국내 경제의 ‘고용 없는 성장’이 프랜차이즈 시장을 ‘정글’로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도권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과 수년간의 경기침체 속에 퇴직자들이 자영업 창업을 강요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퇴직자들이 노후 퇴직금에 대출까지 끼고 프랜차이즈 창업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실패하면 사실상 이들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2016년7월~올해5월) 감소했다. 반면 자영업자는 11개월 연속(2016년8월~올해6월) 증가세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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