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조선 청년들의 헬조선 탈출기… 딱 요즘 감성이죠”

알림

“조선 청년들의 헬조선 탈출기… 딱 요즘 감성이죠”

입력
2017.11.02 04:40
22면
0 0

극작가 장성희·작곡가 민찬홍

뮤지컬 ‘칠서’에서 두 번째 호흡

연극계에서 잔뼈 굵은 장성희(오른쪽) 극작가와 창작뮤지컬 '빨래'를 통해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은 민찬홍 작곡가가 서울예술단의 '칠서'를 통해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배우한 기자
연극계에서 잔뼈 굵은 장성희(오른쪽) 극작가와 창작뮤지컬 '빨래'를 통해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은 민찬홍 작곡가가 서울예술단의 '칠서'를 통해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배우한 기자

“오늘 말로 하면 강도질 한 오렌지족이죠. 그런데 상상력을 더 발휘해서, ‘헬조선’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장성희)

“조선시대 이야기인데 대하드라마가 아니라 케이블 드라마 느낌이에요. 시대를 지우고 봐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민찬홍)

뛰어난 능력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서자라는 신분의 한계로 차별을 받다가 율도국이라는 이상국가를 건설하는 홍길동은 N포세대와 헬조선이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청년들의 이야기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약 500년 전 허균은 어디에서 ‘홍길동전’의 모티프를 얻었을까. ‘홍길동전’의 프리퀄(이전 이야기)이 뮤지컬로 찾아온다. 서울예술단이 10~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칠서’다. 조선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오늘날에 맞게 어떻게 풀어갈지 극작가 장성희(52)와 작곡가 민찬홍(36)을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에서 만났다.

장성희 작가는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극작가로 뮤지컬로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민찬홍 작곡가는 창작뮤지컬 ‘빨래’를 통해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은 요즘 뮤지컬계 인기 작곡가다. 두 사람은 2013년 초연한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작가가 쓴 텍스트는 연출가가 무대에서 구현하고, 작곡가는 음악을 효과적으로 작품에 입힐 음악감독과 더 자주 소통할 것 같지만, 뮤지컬은 스토리와 음악이 중심인 만큼 작가와 작곡가의 만남이 작품의 출발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끈끈했다. 장 작가는 “‘빨래’에서 민 작곡가의 작품이 삶을 건강하게 승화시키고 마치 민트향처럼 기분이 좋게 한다는 걸 알았다”며 “민 작곡가라면 믿고 간다”고 극찬했다. 민 작곡가 역시 장 작가 글이 가진 힘을 믿는다면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잃어버린 얼굴 1895’ 극본을 보고 장면마다 제가 생각하기에 들어가면 괜찮을 것 같은 노래를 20여 곡 적어 드렸는데 며칠 후 작가님이 그 노래의 가사들을 빼곡히 적어 다시 돌려주셨어요. 열린 마음으로 작곡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 점에 감동 받았죠.”

이전에 합을 맞췄던 작품처럼 시대극이지만 극의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명성황후에 대한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반면 ‘칠서’는 이보다 선이 더 굵다. 7명의 서자들과 정치극이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칠서’는 서얼들도 관직에 등용해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양갑 등 7명의 서자들이 1613년 장사꾼을 살해하고 돈을 강탈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들은 광해군과 영창대군 사이의 정치싸움에 휩쓸려 죽임을 당한다.

‘칠서’는 때마침 촛불집회 1주년에 맞춰 무대에 오른다. ‘을의 분노’가 이슈가 됐고,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광장에서 분출했다. 허균의 ‘호민론’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 창작진의 설명이다. 장 작가는 “다만 서자들은 결국 패배했고 허균 역시 훗날 처형당했기 때문에 이를 오늘날에 맞는 빛깔로 승화시켜 다루는 게 고민이었다”며 “뮤지컬의 특징인 노래와 춤이 감정을 부여해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힘은 젊은 감각에서 온다. 장 작가는 “학생들과 함께 하기 위해 웹툰도 보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민 작곡가는 “작품 전체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음악적으로는 강한 스타일이 아니라 유희적 요소가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클래식 어법을 바탕으로 기계음과 록 음악의 요소 등 현대적인 사운드가 가미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