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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ㆍ상점도 금지한 美 자이온 국립공원, 산양 서식지 위에 설치될 설악산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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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ㆍ상점도 금지한 美 자이온 국립공원, 산양 서식지 위에 설치될 설악산 케이블카

입력
2018.02.02 16: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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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큰뿔양 세 마리가 미국 유타주 자이온 국립공원 입구로 가는 터널 인근 바위산에 서 있다.
사막큰뿔양 세 마리가 미국 유타주 자이온 국립공원 입구로 가는 터널 인근 바위산에 서 있다.

미국 유타주 남서쪽에 위치한 자이온 국립공원 입구로 가는 터널 앞에서 사막큰뿔양(Desert bighorn sheep)을 만났다. 저마다 멋진 뿔을 머리에 이고 환영인사를 하러 나온 듯이 세 마리가 마치 동상처럼 서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서 있는 거칠어 보이는 자이온의 황색 바위들은 큰뿔양들을 지켜주는 것처럼 든든해 보였다.

이곳은 1919년 유타주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오래된 국립공원인 만큼 매, 캘리포니아콘돌, 사막큰뿔양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터전이다. 그러나 한때 이 동물들은 살충제, 납중독 그리고 서식지 파괴 등으로 미국에서 많은 수가 줄었다. 그 중에서도 사막큰뿔양은 가축 양에서 온 질병과 먹이 경쟁으로 1960년대 7,000마리 정도만 남았다. 자이온 국립공원에서는 1953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사막큰뿔양이 살던 미국의 각 주들은 보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1973년 자이온 국립공원은 네바다주에서 사막큰뿔양 12마리를 들여왔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흐르자 사막큰뿔양 개체 수는 눈에 띌 만큼 늘어났다. 지금은 이곳에 527마리가 산다. 적정 개체수인 350마리를 훌쩍 넘기 때문에 관리 계획에 따라 다른 주로 이주시킬 예정이다.

사라졌던 사막큰뿔양이 자이온 국립공원에 돌아오는데 걸린 40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다. 이곳은 개인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고 공원 내 무료 버스를 운영한다. 식당과 상점 같은 편의시설도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물론 케이블카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런 보호 덕에 자이온 국립공원 안의 모든 야생동물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남아 번식할 수 있었다.

미국 유타주 자이온 국립공원을 나서다 마주친 사막큰뿔양.
미국 유타주 자이온 국립공원을 나서다 마주친 사막큰뿔양.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자이온 국립공원 방문객은 2016년 한 해만 430만명을 기록했다. 2010년에 비해 60%가 증가한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수록 산은 깎이고 떨어져 나갔다. 결국 지난해 여름, 공원 측은 지역민과 함께 국립공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계획(Visitor Use Management)을 세웠다. 그리고 올해부터 방문객 수를 줄이기 위한 예약제 운영 등 시범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국립공원을 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사막큰뿔양을 만났다.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됐다. 그런데 그때 불현듯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떠올랐다. 지난해 말 문화재청이 설악산 산양 서식지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 허가했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케이블카를 설치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을 방문하면 지역경제에는 잠깐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다음 세대가 바라 볼 설악산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귀하고 훌륭한 자연을 만나는 경험은 매우 값지다. 이는 분명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있어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살던 산양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했으면 한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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