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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베를린... 또 사회비판 영화에 황금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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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베를린... 또 사회비판 영화에 황금곰상

입력
2017.02.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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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막을 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자인 밀레나 카노네로(명예황금곰상)와 김민희(최우수여자배우상), 일디코 엔예디 감독(황금곰상)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폴 버호벤 감독과 함께 환히 기뻐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18일 막을 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자인 밀레나 카노네로(명예황금곰상)와 김민희(최우수여자배우상), 일디코 엔예디 감독(황금곰상)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폴 버호벤 감독과 함께 환히 기뻐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우직한 곰 같은 전통은 변치 않았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영화를 환대하고, 사회비판적인 영화에 힘을 북돋아주던 성향은 여전했다. 18일 오후(현지시간) 배우 김민희(‘밤의 해변에서 혼자’)에게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안겨주며 막을 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전통에 대한 뚝심을 다시 보여줬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헝가리 감독 일디코 엔예디의 영화 ‘몸과 영혼에 대하여’가 17개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도살장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도살장에서 일하던 인물이 꿈 속에서 각기 눈밭을 거니는 사슴으로 변한다는 이야기 얼개를 지녔다. 꿈을 이용한 시적인 장면과 잔혹한 도살 장면을 병치시키는 이색 연출로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는 판타지 형식을 띄면서도 정치적으로 불우하고 경제적으로 어두운 헝가리의 현실을 담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엔예디 감독은 수상 소감에 강렬한 정치적 발언을 담았다. 그는 18년 동안 준비한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에 최고상을 준 영화제에 감사하면서도 “우리는 놀랍도록 불합리한 국가에서 살고 있다”며 빅토르 오르반 총리 체제를 비판했다. 엔예디 감독은 “우리는 헝가리에서 상대적 자유와 상대적 평화 속에서 작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헝가리 영화 '몸과 영혼에 대하여'의 일디코 엔예디 감독이 트로피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선 기뻐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18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헝가리 영화 '몸과 영혼에 대하여'의 일디코 엔예디 감독이 트로피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선 기뻐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몸과 영혼에 대하여’의 황금곰상 수상은 동유럽 영화 강국 헝가리의 저력을 다시 보여줬다. 헝가리 영화는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요 상들을 받고 있다. 공산주의 몰락 뒤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 가입 등으로 서유럽에 빠르게 편입하는 과정에서 부상하고 있는 헝가리 영화를 베를린영화제가 올해도 주목했다는 평가다. ‘몸과 영혼에 대하여’는 경쟁부문에 오른 여성 감독의 영화 4편 중 1편이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로보캅’과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 등으로 유명한 폴 버호벤 감독이 맡았다.

은곰상에 해당하는 감독상은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블랙코미디 ‘희망의 저 편’이 차지했다. 유럽 난민 문제를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영화제 내내 황금곰상 수상이 점쳐졌으나 은곰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심사위원상은 세네갈 출신 프랑스 감독 알랭 고미의 ‘기쁨’이 차지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의 한 나이트클럽 가수가 교통사고로 다친 아들의 치료를 위해 돈을 훔치는 과정을 그렸다. 남자배우상은 독일영화 ‘밝은 밤들’에 출연한 오스트리아 배우 게오르크 프리드리히가 차지했다. 각본상은 칠레 영화 ‘환상적인 여인’의 세바스천 렐리오에게 돌아갔다.

베를린영화제가 올해 첫 제정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은 팔레스타인 감독 라에드 안도니의 ‘유령 사냥’이 받았다. 이스라엘의 악명 높은 심문 센터를 다룬 작품이다.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베를린영화제의 전통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뿌리 깊은 갈등과 그에 따른 여러 문제점에 주목할 만했다는 평가다.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몸과 영혼에 대하여'의 한 장면.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몸과 영혼에 대하여'의 한 장면.

정치성 짙은 영화제답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인 로라 포이트라스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기본적인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어제(17일) 미국 대통령이 언론을 민중의 적으로 묘사했는데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우리는 국가주의와 축출의 적이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포이트라스 감독은 미국 정보기관의 감청 문제를 고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티즌 포’를 만든 이력이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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