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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우조선에 또 2.9조 혈세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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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우조선에 또 2.9조 혈세 투입

입력
2017.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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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 발표

“장기 조선불황 예측 못해… 추가 지원 없으면 파산 불가피”

‘밑 빠진 독 물 붓기’ 논란 재연될 듯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1년 5개월 만에 2조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심한 조선업 경기 악화로 지난해 대우조선이 극심한 일감 부족에 시달리면서 당장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파산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자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비록 정부가 이번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지만, 근본적으로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대우조선 회생을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채권단 3.8조 출자전환+정부 2.9조 추가 지원

금융위원회는 23일 채권단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전제는 채권단의 고통 분담이다. 채권단의 고통 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자금이 채권단의 빚을 갚는데 쓰여 결국 구조조정 효과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우조선 채권단은 국책은행(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과 국내 시중은행 그리고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갖고 있는 사채권자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우선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을 대상으로 채권단협의회와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채무재조정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채무재조정 강도는 상당히 강하다. 회사채와 기업어음(1조5,000억원)은 50% 출자전환을 추진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한다. 사채권자로선 채권의 50%는 대우조선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50%는 3년 뒤 채권을 분할상환 방식으로 돌려받아야 한다. 시중은행은 무담보채권 7,000억원에 대해 80%,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 전부를 출자전환한다. 대우조선이 파산하면 주식도 소멸된다는 점에서 채권단으로선 이번 구조조정 방안의 강도가 상당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채권단이 채무조정에 합의하면 산은과 수은을 통해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인 한도 방식으로 지원한다. 한 번에 2조,9000억원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대우조선이 필요할 때 최소한의 자금을 2조9,000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실패 땐 ‘P플랜’ 첫 가동

문제는 정부가 채권단을 상대로 채무재조정에 실패했을 때다. 정부는 이때 강제적인 빚 정리를 위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구조조정 방식인 프리패키지드플랜(Pre-packaged Planㆍ일명 P플랜)을 추진할 계획이다.

P플랜은 금융당국ㆍ채권은행 중심의 워크아웃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의 장점을 합친 제3의 구조조정 방식이다. 구조상 채권단의 빚 감축을 강제하면서도(법정관리) 신규 자금 투입(워크아웃)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구조상 법정관리를 3개월 가량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선박 발주사들이 법정관리를 이유로 선박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법정관리를 거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일시적 매출 축소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정부는 P플랜을 이유로 발주사들이 대거 계약 취소에 나서지 않도록 주요 선주와 사전에 접촉해 양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추가 지원, 대우조선 결국 살아날 수 있나

정부가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당시엔 2016년엔 대우조선이 살아날 거란 전망이 전제가 됐다. 하지만 정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정부 관계자는 “장기 조선불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회사의 위험요인에 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해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 정부는 당초 대우조선의 수주목표를 115억달러로 잡았는데 정작 대우조선이 따낸 일감은 15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예상보다 대우조선에 2조원의 유동성이 덜 들어온 것이다. 여기에 소난골에 인도하기로 한 1조원짜리 선박 인도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우조선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거듭된 실적 악화로 대우조선은 결국 지난해 상반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에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해줬지만, 대우조선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2,732%로 다시 악화됐다. 특히 올해 4월부터 회사채 만기가 본격화하면서 대우조선은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파산이 불가피할 만큼 회사 사정이 나빠졌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 방안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회계법인 실사 결과, 2021년까지 대우조선의 부족자금이 3조~5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최악의 경우인 5조1,000억원이 부족할 거란 걸 전제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정상화 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대우조선은 부채비율이 대폭 하락해 재무와 수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주절벽이란 악조건 속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우조선이 내년에 과거 수주했던 선박들을 정상적으로 선주들에게 인도하면 금융사들이 선박 파기에 대비해 보증서 준 보증금(RG)도 9조1,000억원이나 사라지고 선박대금(14조원)도 들어와 대우조선으로선 정상 기업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 도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도 올해 말 59조원에서 차차 낮아져 2020년엔 25조9,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우조선의 미래가 밝기만 한 건 아니다. 관건은 조선업황이다. 아무리 대우조선의 재무구조가 개선돼도 조선업황이 바닥에 머물러 수주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는 조선산업 업황 회복 여부에 많은 영향을 받게 돼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며 “다만 2018년 이후엔 정상화돼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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