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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응시한 건축…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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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응시한 건축…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다

입력
2016.12.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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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모습. 코바나컨텐츠 제공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모습. 코바나컨텐츠 제공

“위대한 시대는 드디어 시작되었고 그곳에는 새로운 정신이 존재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문제와 사회적 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건축에 있습니다.”

벽돌이나 돌을 쌓아 올리는 조적식 건축 방식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그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건축에 들인 노력과 비용에 비해 허망하게 무너졌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갈 곳을 잃었고, 대중을 위한 새로운 건축이 시대적 요구가 됐다.

벽체가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돔이노 시스템’(Dom-inoㆍ집을 뜻하는 ‘Domus’와 혁신을 의미하는 ‘Innovation’의 합성어)을 개발해 완전히 새로운 콘크리트 건축물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빨리, 많은 집을 지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물로 이 방식은 얇은 바닥 판과 계단, 그리고 건축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구성되었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아 집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뼈대에 조립하듯 벽을 세우기만 하면 됐다. 빨랐고, 간편했고, 대규모 인원 수용이 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그는 오늘날 아파트의 모태가 된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짓는다. 여기에는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한 수치들이 건축의 핵심이 된다는, ‘모듈러’ 이론이 적용됐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편안한, 최적의 수치를 개발한 셈이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르 코르뷔지에의 17개 건축물. FLC/ADAGP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르 코르뷔지에의 17개 건축물. FLC/ADAGP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랑스 롱샹성당 전경. FLC/ADAGP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랑스 롱샹성당 전경. FLC/ADAGP

권위와 지배를 위해 존재했던 집은 르 코르뷔지에 이후 시대와 삶을 향했다. ‘거장’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해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현대문화의 아이콘’으로, 헨리 포드ㆍ빌 게이츠와 더불어 세상을 바꾼 20세기 혁신가 중 한 사람으로 르 코르뷔지에를 수식하는 이유다. 유네스코는 프랑스의 롱샹 성당 등 세계 7개국에 소재하는 그의 17개 건축물을 지난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완전히 새로운 건축으로 시대적 난제를 해결한 그의 공을 인정한 것이다.

'하얀바닥에 세 여인'(1960). 르 코르뷔지에는 "내 예술적 창조의 비결은 1918년부터 날마다 그린 회화 작품에 있다"고 말했다. FLC/ADAGP
'하얀바닥에 세 여인'(1960). 르 코르뷔지에는 "내 예술적 창조의 비결은 1918년부터 날마다 그린 회화 작품에 있다"고 말했다. FLC/ADAGP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르 코르뷔지에의 드로잉, 회화, 모형 등 500여 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내년 3월 26일까지 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여는 첫 번째 전시로, 100년 넘도록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던 작품들 140여 점도 포함됐다. 전시는 8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르 코르뷔지에의 생애 및 그의 영향을 받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세계까지 두루 살필 수 있다. 그가 여생을 보낸 4평 남짓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이론을 체험할 수도 있다. (02)532-4407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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