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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고령화의 그림자… 위험 노출된 1100만 ‘하류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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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고령화의 그림자… 위험 노출된 1100만 ‘하류노인’

입력
2018.02.01 17: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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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고령자 지원시설서 화재

3층 목조 건물 전소… 11명 사망

입주자 중 13명은 생활보호대상자

日 정부, 지난해 320조원 복지예산

젊은층은 노인 비용에 불만 노골화

31일 밤 11시40분께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 히가시(東)구의 저소득 고령자 자립 지원시설 '소셜 하임'에서 불이 나 목조 3층 건물 500㎡를 모두 태웠다. 삿포로=교도 연합뉴스
31일 밤 11시40분께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 히가시(東)구의 저소득 고령자 자립 지원시설 '소셜 하임'에서 불이 나 목조 3층 건물 500㎡를 모두 태웠다. 삿포로=교도 연합뉴스

노인복지에 매년 100조원 가까운 예산 투입되는 ‘노인천국’ 일본. 그러나 이 나라도 ‘초(超) 고령화’라는 거대한 변화와 그 후유증에는 속수무책이다. 오갈 데 없는 가난한 노인을 가리키는 이른바 ‘하류노인’(下流老人) 계층이 어이없게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40분쯤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의 저소득ㆍ고령자 자립지원시설 ‘소셜 하임’에서 불이 나 목조 3층 건물(500㎡)을 모두 태웠다. 소방차 40여대가 출동했지만 순식간에 건물이 전소돼 남성 8명과 여성 3명 등 1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3층 여관을 개조한 이 건물은 오갈 데 없는 노인에게 월 3만6,000엔(35만원)만 받고 1인당 10㎡ 면적의 잠자리를 제공해왔다.

입주자 모두 곤궁하고 돌봐 줄 친인척이 없는 처지였다. 이번 화재에서 무사히 구조된 2명을 포함, 전체 입주자 16명중 13명이 ‘생활보호 대상자’였다. 혼자서는 목욕은 물론이고 식사도 불가능한 노인도 있었다. 이 시설을 운영해 온 ‘난모사서포트’란 회사 측은 “병원까지 교통편을 제공하고 쇼핑도 함께 지원해왔다”며 “숨진 노인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화재발생 10분만에 불기둥이 10m까지 치솟을 만큼 참혹한 사고였다. 주변 이웃들은 “노인들을 편의점에서 자주 마주쳤고 건물 앞 벤치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봐왔다. 너무 가슴 아프다”고 NHK에 증언했다. 해당 건물은 지은 지 50년된 곳으로 천정에 스프링쿨러(자동소화장치)는 없었다. 이 건물이 ‘하숙’업종으로 분류돼 설치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일본에선 ‘하류노인’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희생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아키타(秋田)현 요코타(橫手)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70대 입주민 5명이 숨졌다. 모두 중년ㆍ노령층의 독거 남성들이었다. 이에 앞서 5월엔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일용직 노동자 등이 사는 아파트가 전소해 50대~80대 남성 6명이 희생됐고, 2015년 5월엔 가와사키(川崎)시 간이숙박시설 2채가 전소해 40대∼80대 남성 11명이 숨졌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자 빈곤율은 20%선. 노인 5명중 1명은 돈도 없고, 돌봐줄 친인척도 없다. 이들 ‘하류노인’들은 연금이나 저축이 없거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적 관계도 단절된 상태다. 대부분 ‘고독사’로 마감하는 운명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하류노인 계층이 최대 1,100만명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하류노인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거꾸로다. 그동안 투입된 막대한 노인복지 비용에 대한 젊은 세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32조엔(320조원)을 복지비로 책정하고 이 중 상당액을 노인 복지에 지출했다. 그러나 젊은 계층의 불만이 노골화하면서 예산 배정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늘의 일본을 보고 정작 걱정할 나라는 한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인구 빈곤율(42.7%)이 일본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초고령화 사회가 닥치면,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경고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에서 저소득층 고령자들이 머물던 거주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삿포로=교도 연합뉴스
일본에서 저소득층 고령자들이 머물던 거주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삿포로=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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