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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 "없는 사람 취급…근무일지 그림 보고 화나서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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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 "없는 사람 취급…근무일지 그림 보고 화나서 범행"

입력
2014.06.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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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캐릭터에 '임○○, A급' "간부가 뒤통수 때렸다" 진술도

軍 '내성적 성격·왜소함' 강조, 생존 부대원 조사내용엔 함구

지난 26일 국군 강릉병원으로 이송되는 임 병장.
지난 26일 국군 강릉병원으로 이송되는 임 병장.

육군 수사당국은 3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GOP(일반전초) 총기난사를 저지른 임모(22) 병장이 “평소 군 간부가 뒤통수를 때렸다”는 진술을 한 사실을 공개했다.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사건 당일 근무일지 그림을 보고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임 병장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군 수사당국은 부대 내 가혹행위나 따돌림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부대관리 소홀에 따른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 당국은 부대원들의 진술은 아직 종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사건 당일 특정 간부에게 맞았다고 진술하지는 않았고 따돌림이란 말도 진술하지 않았다”면서 “임 병장의 몇 마디 말이나 근무일지의 낙서를 직접적인 범행동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황상 집단 따돌림 가능성 농후

육군에 따르면 임 병장은 소초에 함께 근무한 특정 간부의 이름을 거론하며 “뒤통수를 때려 화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소초에는 41명의 장병 중에 위관장교 1명과 부사관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임 병장의 뒤통수를 때린 간부의 이름이나 부대원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당사자와 주변인의 진술이 충분치 않아 추가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임 병장이 언급한 문제의 근무일지는 이날 공개했다. 사고 GOP의 소초에서 확보한 ‘확인조 순찰일지’라는 A4크기의 종이 파일을 보면, 겉표지 안쪽에 여러 개의 만화 캐릭터와 낙서가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이중에 임 병장을 암시하는 그림은 총 7개로, 인식표에 ‘임00, A급’이라는 표시와 임 병장의 종교를 상징하는 ‘卍’자가 적혀있는가 하면 머리가 빠지고 야윈 체격의 사람형상도 발견됐다. 또한 임 병장을 빗댄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 그림도 있었다. 다만 순찰일지에 해골 그림은 없었다. 임 병장은 키 169cm, 몸무게 55㎏의 체격이라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임 병장은 부대에서 로마인을 빗댄 ‘임우0비0스’, 바닥을 기어 다니는 젤리 모양의 게임 캐릭터인 ‘슬라임’,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의미의 ‘할배’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다른 부대원들도 서로가 닭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 비유해 이름을 바꿔 부르며 장난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근무일지에는 여자아이 그림이 있는가 하면, ‘0월0일 맞장 뜨자’는 표현도 담겨 있었다. 임 병장이 아닌 다른 병사들이 각자를 지칭하며 적어놓은 낙서다.

군 관계자는 “근무일지에 적힌 낙서를 보면 초등학생 수준으로 조잡하다”면서 “임 병장을 비하했다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각각의 캐릭터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軍, 임 병장 개인문제로 몰아가나

군 당국은 이날 발표에서 “임 병장이 내성적인 성격에 왜소한 체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임 병장의 생활지도기록부에 학창시절 왕따 당한 경험이 있다”는 부분도 부각시켰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임 병장에 대한 조사가 더딘 것과 달리 생존 부대원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났을 법한데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임 병장이 가해자인 만큼 그에 대한 조사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대원들이 임 병장과 평소 어떤 관계를 맺었고 갈등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도 중요한 부분인데 이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이 부족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태도를 놓고 자칫 이번 사건을 임 병장 개인차원의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임 병장이 부대 안에서 어떤 관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차별행위는 없었는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범행동기가 아직 확실히 드러난 게 없다”며 “임 병장이 차츰 회복하면서 여러 진술이 추가로 나와야 수사당국의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조사결과 발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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