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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기자

박지연 기자

등록 : 2018.03.03 09:00

배우자 일자리 없고, 상명하복 한국문화 진저리… 발길 돌리는 두뇌들

[특별귀화 선택한 사람들] 가는 인재 많고 오는 인재 적은 이유는

등록 : 2018.03.03 09:00

#1

‘맨땅에 헤딩’식 유치 시스템

별도 채용팀 둔 대학 거의 없고

기업 해외박람회도 유학생 위주

여자아이스하키 해외선수 발굴은

미국ㆍ캐나다서 김ㆍ이ㆍ박 찾아내

#2

정착 어렵게 만드는 환경ㆍ문화

논문 질보다는 양으로 평가하고

연구하고 싶어도 강의ㆍ특강 강요

서열 중심 문화에 소외감 느끼고

자녀 교육ㆍ가족과 이별도 장애물

[저작권 한국일보]국가별 IMD 인재 경쟁력 지수_신동준 기자/2018-03-02(한국일보)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 지원, 특별귀화 등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찾는 인재는 줄고 그나마 왔던 인재들도 계획된 일정을 당겨 떠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지난해 발간한 ‘2017 세계인재보고서’(The IMD World Talent Ranking)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으로 조사대상 63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2015년 32위, 2016년 38위에 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해외의 우수 인재뿐 아니라 국내의 우수 인재들마저 외국 대학과 기업으로 떠나는 ‘두뇌 유출’ 현상도 심각하다. 보고서의 ‘두뇌 유출’ 항목에서 한국은 54위를 기록했다. 자국 인재를 유지하고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부분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적 네트워크ㆍ채용 컨트롤타워 부재

전문가들은 인재를 찾아 데려오는 단계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쓸 만한 사람을 찾는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 역량이 부족하고 채용 시스템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대학들은 교수 채용을 위한 컨트롤 타워 부재가 심각하다. 대학 본부에서는 예산과 단과대학별 필요 인원만 관리할 뿐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별도 채용팀을 둔 곳은 거의 없다. 대학 및 기업의 국제 인재 교류를 연구하는 이찬 서울대 교수(농생대 산업인력개발학과)는 “대학 본부 차원에서 해당 학과나 단과대로부터 어떤 분야에 사람이 필요한지 수요를 파악한 뒤 영입 가능한 인재 풀을 만들고 제한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투입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라며 “특히 관련 경험이 상당히 중요한데 보직 교수나 교직원 모두 순환 근무를 하니 인력 관리 전문가를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전공 교수들의 개인적 인맥에 의존해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대부분 교육부 등의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무늬만 외국인 교수’라 할 수 있는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 출신이 1순위, 한국인 배우자를 둬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교수가 2순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도 글로벌 인재 유치 저조

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2010년을 전후로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채용 박람회를 꾸준히 열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내 채용 시장이 얼어붙자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기회로 보고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하는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최 장소는 대부분 미국이고, 주요 초청 대상이 동포 출신이거나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간 유학생들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내 우수 인재들은 먼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 하고 한국은 차선책으로 여기기 때문에 박람회를 통해 실제 채용되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며 “박람회도 처음에는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요즘은 해당 분야 미국 내 연구개발(R&D) 동향을 듣고 우리의 R&D 진행 상황 등을 알려 주는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팀이 만들어진 스토리는 한국 스포츠계의 정보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 준 사례다.

2014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올림픽 개최국에 아이스하키 경기 출전권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남녀팀 모두 올림픽에서 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IIHF는 ‘올림픽 전까지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겼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짧은 시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해외의 경험 받고 실력 좋은 선수 구하기에 돌입했다.

김정민 홍보팀장은 “남자는 기존 실업팀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뒤 실력과 인성 등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여자는 실업팀 하나 없는 상태라 ‘맨땅에 헤딩’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먼저 캐나다 대학에 소속된 팀들을 찾고 선수 이름 중 한국계 성일 가능성이 있는 김(Kim), 이(Lee), 박(Park) 등을 찾았죠.” 마침 캐나다 온타리오 디비전에 소속된 ‘로리에 골든 호크스(Laurier Golden Hawks)’에 임(Im)씨 성을 쓰는 선수(임대넬)가 있어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을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고 당황한 임대넬 선수를 대신해 삼촌이 김 팀장을 직접 만나고서야 임 선수가 대표팀 합류를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는 알음알음 전략이었다.

협회는 임대넬의 삼촌을 통해 미국 프린스턴대 아이스하키팀에서 4년간 공격수로 뛰었던 박캐럴라인을 알게 됐고, 박캐럴라인으로부터 하버드대에서 공격수로 활약한 한국계 선수 희수 그리핀을 소개받은 뒤 이메일을 보내 대표팀 합류를 제안했다.

인도ㆍ동남아ㆍ중동 학자도 공략해야

3월 3일자 외국인재 이미지/2018-03-02(한국일보)

인재를 찾는다고 미국이나 유럽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동남아, 중동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별 귀화한 자패르 야부즈 카이스트 EEWS 대학원 교수는 “인도, 동남아시아, 중동 출신이거나 그 지역에 진출해 있는 젊고 실력 있는 연구자가 많다”라며 “한국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특별 귀화 같은 절차를 통해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치에 나선다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꽤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국내 유학생들의 체류 자격 관련 비자 문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국내유학 비자(D-2)로 한국에 와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강의 기회가 생겼지만 ‘강의를 하려면 교수비자(E-1)가 있어야 한다’는 법무부 설명을 듣고 포기했다. E-1 비자를 받으려면 박사를 마친 뒤 2년 이상 연구 경력이 필요한데 비록 그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지만 그 기간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고 결국 한국을 떠났다. 법무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달부터 ‘일-학습 연계 유학비자’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유학생들이 허가를 받은 경우 연구 이외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서열 중심 한국 조직문화도 장벽

어렵게 모셔 온 우수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외국인 교수들은 오랫동안 연구를 한 뒤 논문을 내는 데 익숙하다”며 “그런데 한국에서는 논문의 질보다 양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고 놀라곤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에서 근무했던 외국인 교수 상당수는 강의 못지않게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데도 각종 강의에 특강이 이어지면서 연구를 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열 중심의 한국 조직 문화도 해외 인재들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찬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교수들 간에는 물론 교수와 학생 사이도 학문적으로는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인 데 비해 한국은 서열에 따라 발언권 자체가 다르니 해외에서 온 교수나 연구자의 경우 적응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동포 출신이나 외국인 신입 사원들이 가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출신 학교 기수, 입사 기수, 군대 기수까지 순서를 정하는 문화 그리고 상명하복 분위기”라며 “의사소통까지 원활치 않다 보니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게 되고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떠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배우자 일자리 구하기, 자녀교육 등 고충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해외 우수 인재들이 오래도록 한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여건을 만드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사급 이상 인재들은 오래 머물기 위해 자녀의 학교, 배우자의 일자리, 문화 프로그램, 주거 환경 등 다양한 요건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한국은 이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불만이 많다. 야부즈 교수는 “최근에만 카이스트 외국인 교수 4명이 배우자 일자리 문제로 한국을 떠났다”라며 “배우자 중 상당수도 박사급 이상의 전문가들인데 이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아 불만이 쌓이고 결국 함께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이 2011년 국내에서 활동한 외국인 교수 및 연구원 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이주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으로는 문화 적응 16명(23.2%), 가족과의 이별 11명(15.9%), 정보부족 9명(13.0%), 비자문제 7명(10.1%), 불편한 행정서비스 3명(4.3%) 순으로 나타났다. 어려움이 없다고 답변한 18명(26.1%)을 제외하면 외국인 우수인재들이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선 문화적 차이와 배우자 일자리, 자녀 교육이 우선 과제인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거주 외국인 인재가 말하는 개선할 점_신동준 기자/2018-03-02(한국일보)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마치고 교수 자리를 구한 카디르 아이한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 국제개발학과)는 “외국인 신분으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아 집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고 신용카드도 1년 단위로만 발급되기 때문에 불편했다”며 “해외 유학생 중에서 학위 뒤에도 한국에서 터 잡고 살기 바라는 이들이 꽤 있지만 생활 여건 때문에 결국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운동 선수에게는 뛸 수 있는 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특별 귀화 선수 중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은 당장 소속팀이 없다. 특별 귀화는 이중 국적을 허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한국 국적을 접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4월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까지는 함께 훈련할 예정이지만 이후 행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 직전인 1월 수원시가 국내 첫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겠다고 전격 발표를 했지만, 이 역시 일러야 올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그 추진 방향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대전=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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