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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etween two stools

입력
2017.02.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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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ular Phrases-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이 탄핵(impeachment) 심판을 받는 동안 총리는 그 권한을 대행한다. 영어에서 대통령 대행을 acting President라고 한다. acting의 기본 뜻은 ‘연기하다’이다. 실권이 없는 자가 연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에서 이 단어를 대행이라는 뜻으로 쓰는 것은 흥미롭다. 한국에서 본인이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여론 조사에 포함시켜 인기도를 조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인기도를 조사하더니 이제는 그 차례가 황교안 대통령 직무 대행(Acting Hwang)이다.

보수층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행이라도 진짜 대통령으로 삼고 싶은 열망 때문인지 황 대행의 인기는 점점 오르는 중이다.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출마 의사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를 간청하듯 묻는다. 영어로는 A penny for your thought라고 한다. 어원은 1522년 영국 Thomas More의 사후 출판된 ‘Four Last Things’에서 비롯됐다. 어느 현자(wise man)가 침묵을 지키자 그의 지혜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돈을 내놓으며 ‘한 말씀 좀 해 주시지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잘 쓰이지 않았는데 20년이 지난 뒤 John Heywood가 쓴 연극 대본에 쓰였다. 명언과 속담을 좋아하던 헤이우드의 ‘The Proverbs of Epigrams of John Heywood’라는 책이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여기에 소개된 ‘Freend a peny for your thought’라는 그 때의 어구가 지금의 ‘A penny for your thoughts’다.

페니는 7세기 영국 Penda 왕이 자기 이름과 비슷한 ‘pending’이라는 동전을 발행하면서 생겼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어원은 Latin어 pondus(=pound)에서 출발하여 pennig, penning, pending 등을 거쳐 나중에는 penige로 불리고 지금은 penny로 쓴다. 영국에서는 십진법이 사용되기 전에 pence라고 했고 미국에서도 cent라는 공식 명칭 이외에 일상에서는 penny라고 한다.

‘A penny for your thoughts’는 1961년 미국 CBS의 TV 프로그램과 노래 제목으로도 쓰였다. 그 의미는 ‘I’ll give you a penny if you tell me what you are thinking’다. 실제로는 무슨 말을 하라고 다그칠 때 ‘What are you thinking?, ‘Say something’처럼 사용한다. 권력을 누리다가 다시 권력의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회주의자의 이기심만 키워주기 때문이다. 차라리 ‘What have you done for the people?’라는 질문으로 양심을 물어야 한다. 두 개의 의자에 걸터앉아 기회를 엿보는 사람은 결국 바닥에 떨어진다(He will fall between two stools)는 서양 속담을 상기시켜야 한다. 차라리 ‘Stop sitting between two stools’라고 말해주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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