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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만난 ‘반전 매력’의 새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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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만난 ‘반전 매력’의 새 알바트로스

입력
2017.02.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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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⑥

알바트로스는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라고도 불린다. 로얄알바트로스 센터 페이스북
알바트로스는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라고도 불린다. 로얄알바트로스 센터 페이스북

바다새 알바트로스의 또 다른 이름은 ‘신천옹’이다.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라는 뜻이다. 3m가 넘는 날개로 하늘을 누비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하지만 땅 위에 있을 때는 큰 날개와 물갈퀴로 부자연스럽게 걷는다고 해서 ‘바보새’로 불리기도 한다. 하늘과 땅에서의 차이가 이처럼 큰 이유는 뭘까? 반전 매력을 가진 알바트로스를 만나기 위해 뉴질랜드 더니든으로 향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오타고 반도 끝에 위치한 타이아로아 헤드다. 바다와 맞닿아 곧 파도가 들이닥칠 듯한 도로를 달려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강한 바람이 느껴졌다. 역시 날갯짓도 거의 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실어 날아다니는 알바트로스 서식지다웠다.

뉴질랜드 더니든에 위치한 로얄알바트로스 센터 입구.
뉴질랜드 더니든에 위치한 로얄알바트로스 센터 입구.

이곳에는 로얄알바트로스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로얄알바트로스 센터’가 있다. 입구에서 미리 예약한 가이드 탐방 티켓과 함께 한국어 안내서를 받았다. 보전을 위해 1967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오타고 반도 위원회’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교육 공간을 둘러봤다. 지역 자연 생태에 대한 설명 한 편에, 어선 낚싯줄에 걸려 죽은 모습 그대로 박제된 알바트로스가 있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 취약종인 살빈알바트로스(Salvin’s Albatross)였다. 어선이 미끼로 사용한 생선조각이나 오징어를 먹으려다 낚시 바늘에 걸려 물에 빠져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낚식줄에 걸려 죽은 모습 그대로 박제된 알바트로스.
낚식줄에 걸려 죽은 모습 그대로 박제된 알바트로스.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가 물에 빠져 죽다니......이 새의 이런 운명을 두고 도대체 누가 ‘바보’라고 한 걸까?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뱃사람에게 잡혀 괴롭힘 당하는 알바트로스를 자신의 처지에 비유하는 시를 썼다.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나는 웅장한 모습과는 달리, 땅 위에서 큰 날개와 물갈퀴 때문에 뒤뚱뒤뚱 걷는 알바트로스의 모습을 사람들은 우습게 여겼다.

하지만 이 새의 운명을 바꾼 한 사람이 있었다. 안내자에 따라 전망대로 들어가던 중, 입구에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는 문구와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사람은 더니든의 교사 란셀롯 에릭 리치데일(Lancelot Eric Richdale)이었다. 이 지역은 1890년대부터 북방로얄알바트로스(Northern Royal Albatross)가 찾아왔지만 잘 보호되지 않아 번식지로는 부족한 곳이었다. 다행히 평소 해양 조류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노력으로 1938년, 북방로얄알바트로스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다. 원래 적의 침입을 살피기 위한 전망대였던 이곳은 그의 노력 끝에 1970년대 초부터 알바트로스 서식지로 변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알바트로스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간다.

로얄알바트로스 센터에서 설치한 카메라에 찍힌 알바트로스 가족. 로얄알바트로스 센터 페이스북
로얄알바트로스 센터에서 설치한 카메라에 찍힌 알바트로스 가족. 로얄알바트로스 센터 페이스북

안내자를 따라 소수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전망대 안에서 알바트로스를 봤다. 알을 품고 있는 시기라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알바트로스는 둥지에 앉아 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설명을 들었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때쯤 파리가 그 냄새를 맡고 둥지 주변에 알을 낳는데, 이런 피해를 막으려고 알에 라벤더향 화장실 세제를 뿌려서 파리의 접근을 막는다고 한다. 파리 말고도 족제비나 고양이까지 알을 노리고 있는지라, 때로는 알을 가짜알과 바꿔서 인공부화 시킨 후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낸다. 이런 노력으로 멸종위기종인 북방로얄알바트로스는 가까스로 2만 마리를 유지하고 있다.

알바트로스 새끼 한 마리 몸 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알바트로스는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을 오징어로 착각해 이를 먹고 굶어 죽을 수 있다.
알바트로스 새끼 한 마리 몸 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알바트로스는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을 오징어로 착각해 이를 먹고 굶어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바트로스는 멸종을 향한 바람을 타고 나는 중이다. 그 곳에서 칫솔, 장난감, 생수병 뚜껑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겨 있는 상자를 보고 가이드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는 죽은 레이산알바트로스(Laysan albatross) 새끼 한 마리의 몸 속에서 나온 것들로, 모두 200개가 넘는 물건이 나왔다. 이 새들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오징어를 먹는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을 오징어로 착각해 이를 먹고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나도 그 변화에 동참하고 싶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얼마 전부터 생수를 사먹지 않고 물병을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나서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재하고 기업들은 생산품을 친환경적 물질로 대체하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프랑스는 작년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고, 2020년부터는 플라스틱 일회용 식기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올해 7월부터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다.

지난 달 22일, 올해 첫 로얄알바트로스가 타이아로아 헤드에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타고, 멸종이 아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향해 오래도록 날 수 있길 바란다.

글·사진=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동물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 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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