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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리위안도 반한 '김수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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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리위안도 반한 '김수현 파워'

입력
2015.07.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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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별그대… 흥행보증수표로 중국 CF출연료 편당 20억

최고스타 판빙빙보다 높은 대우, '기획사가 키운 스타' 공식 벗어나

데뷔前 극단생활 발성·연기력 다져 "입대 앞두고 내년 정점 찍을 것"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역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역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로 한국을 품었고, ‘별에서 온 그대’(2014?이하 ‘별그대’)로 중국을 삼켰다. 배우 김수현(27)은 “한류의 최전방 배우”로 평가받으며 한국일보 설문조사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력 큰 인물 4위로 꼽혔다. 한류 시장이 일본에서 아시아 최대인 중국으로 옮겨온 지금 김수현은 한류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배우다. 엑소처럼 한국과 중국 10~20대에 고루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스타가 물론 있지만 김수현은 기획사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탄탄한 연기로 스스로 가치를 키웠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400억 한류스타’ 김수현

송강호 최민식 하정우를 모두 젖히고 김수현?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로 첫손 꼽을 배우도 아니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처럼 제작자도 아니다. 그런 그가 당당히 대중문화 빅 10 설문조사에서 연예인 가운데 유일하게 톱 5에 이름을 올린 데에는 ‘김수현 효과’가 상상 이상이라는 뜻이다.

김수현의 스타성은 국내, 중국, 일본을 아우르며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해를 품은 달’ 이후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가 ‘5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또래의 청춘 스타인 이민호(28)가 영화에서, 일본에서 최고 인기인 장근석(28)이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김수현의 상업성이 얼마나 탄탄한지 알 수 있다. 권미경 CJ E&M 영화부문 상무는 “김수현은 출연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열광으로 올려놓을 팬덤을 바탕으로 콘텐츠 파워를 스스로 키울 수 있는 배우”라며 “장르를 불문하고 ‘캐스팅 0순위’”라고 봤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김수현은 한중일 전체를 아우르며 흥행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특히 업계가 높이 평가하는 것이 중국에서의 상업적 폭발력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한류 스타를 매니지먼트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수현의 중국 CF 출연료는 한 편에 약 1,100만위안(20억원)에 이른다. 중화권에서 에이전시를 하는 권경미 바이널엔터테인먼트대표는 “중국의 최고 인기스타인 판빙빙의 CF 출연료가 편당 15억원 수준인 걸 고려하면 현지 최고 대우”라고 말했다. 김기헌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 소장은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가는데 김수현이 찍은 미국산 아이스크림 광고가 열차 칸마다 붙어있는 걸 보고 놀랐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광고를 하면서 한국배우를 모델로 썼다는 건 해외에서 보기에도 김수현이 중국을 이끄는 한류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 역시 중국에서 ‘김수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지난 1월부터 해외 영상물 사전 심의제를 실시한 뒤 한국 드라마의 수출 판권 가격이 편당 8만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 ‘프로듀사’를 중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소후닷컴에 판매한 가격은 편당 20만달러(약 2억1,800만원)에였다. 국내에서 15년 넘게 방송 제작을 하다 중국으로 진출한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입 규제로 한류 억제책을 쓰고 있지만, 김수현은 논외”라고 말했다. 워낙 찾는 이들이 많아 규제로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수현의 매출은 하나의 중소기업 규모다. 이기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김수현의 올해 예상 매출은 365억원 수준”이라고 전망하며 “업계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김수현의 매출은 300억원 정도였는데 ‘별그대’ 이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몸값이 더 오른 상황에서 이달 ‘프로듀사’가 중국에서 방영하고 하반기에는 광고 촬영과 영화 ‘리얼’이 개봉하는 등 지난해보다 더 큰 매출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김수현이 2년 안에 입대를 해야 하는 만큼 내년에 매출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김수현의 가장 큰 숙제는 입대다. 그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신효정 이사는 “미국 유명스튜디오 감독이 김수현 섭외를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고, 중국에서 백지수표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입대 문제가 걸려 지금은 여의치 않다”며 “제대 후 해외 작품을 적극 검토해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현의 드라마가 중국 지상파에서 전파를 타지 못한 점도 성장의 걸림돌 중 하나다. 김 소장은 “이영애가 중국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은 건 ‘대장금’이 중국 CCTV를 통해 전국에 방송됐기 때문”이라며 “더 큰 중국스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콘텐츠 유통 방식에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를 품은 달'의 이훤 역
'해를 품은 달'의 이훤 역

극단 출신 4수생 청춘 김수현

김수현은 장동건 원빈 같은 ‘조각미남’은 아니다. 장근석이나 이준기처럼 화려함과 넘치는 끼로 청춘 스타가 된 것도 아니다. 여느 청춘 스타처럼 트렌디 드라마를 고집하지도 않았다. 사극(‘해를 품은 달’)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촌놈(‘드림하이’)부터 바보(‘은밀하게 위대하게’) 캐릭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연기력이 그의 성공의 밑바탕에 있다. 김승욱 초록뱀미디어 대표는 “김수현은 또래 청춘 스타와 비교해 극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봤다. 김민수 CJ E&M 캐스팅팀 과장도 “김수현은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배우지만,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력 그리고 연기에 대한 진지함으로 뜬 청춘 스타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당연하지만 의외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연기력이다. 김수현은 데뷔 전 극단 생활로 연기의 바탕을 닦았다. 그는 재수생 시절 연세대 동아리인 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을 배웠다. 연세대 학생도 아니건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으로 유일하게 동아리 활동을 허락받은 경우다. 연세대 학생회관 동아리방에서 먹고 자며 연극에 빠졌던 때다. 신효정 키이스트 이사는 “김수현이 어려서 워낙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해 어머니께서 대인 관계를 위해 ‘웅변학원 갈래, 연기학원 갈래’하고 권해 고 1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다”며 “그 때 연기에 매력을 느끼고 같은 학원에 다녔던 형들을 따라 연세극예술연구회도 들어갔고, 대학 진학도 연극영화과(중앙대)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은 4수 만에 대학에 입학한 후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갔다. ‘햄릿’ 등 대본을 공부하고 연극 배우로서의 꿈을 키웠다. 이승한 방송평론가는 김수현의 배우로서의 장점 중 하나로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중국에서 김수현의 작품은 더빙하지 않고 중국어 자막을 단 동영상으로 주로 소비되는데 언어가 달라도 목소리만으로도 감정이 잘 전달되더라”고 말했다. 김수현의 장점 중 하나인 탁월한 발성은 극단 시절 갈고 닦은 연극 발성 훈련에서 나왔다.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한 김수현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하 ‘크리스마스’)에서 고수의 아역으로 나와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 때 배용준이 자신의 회사인 키이스트로 김수현을 영입했다. 양근환 키이스트 대표는 “드라마를 보고 눈빛과 목소리가 좋아 김수현을 알아봤다”며 “학교에 수소문해 만나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연출했던 최문석 PD는 “집에서 KBS에서 재방송하는 청소년 드라마(‘정글피쉬1’)를 보는데 김수현이 눈에 딱 띄더라”며 “오디션에서 봤더니 그 때만 해도 잘 풀리지 않던 때여선지 절박함이 느껴졌고, 발성과 느낌 등 배우로서의 기본 바탕이 좋아 캐스팅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점에서 배우로서 김수현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면서 연기 폭을 넓힌다면 청춘 스타로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최민식이나 하정우 등을 뛰어넘는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 스스로도 나아갈 방향을 알고 있는 듯하다. 김수현은 다음 목표를 ‘악역’으로 삼고 있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작품과 캐릭터만 좋으면 출연하겠다는 게 그의 연기론이다. 김민수 과장은 “ ‘별그대’를 끝낸 후 계속 김수현 쪽에서 조연이라도 좋으니 센 악역이 나오는 작품이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최 PD는 “(‘크리스마스’ 출연 당시) 기술적인 표현 연기는 부족했는데 이제 연기에 자신감이 붙어 자연스럽고 진정성까지 느껴지게 할 만큼 성장했더라”며 “연기력이 뒷받침이 안 돼 군 제대 후 성인 혹은 생활 연기에서 위기를 맞는 대부분의 청춘 스타와 달리 김수현은 중년이 기대되는 배우”라고 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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