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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노르웨이 입양아의 ‘쓸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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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노르웨이 입양아의 ‘쓸쓸한 죽음’

입력
2017.12.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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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때 노르웨이 입양된 40대, 부모 찾아 고국에 와

5년간 찾지 못한 채 술에 의존하다 고시텔서 숨져

/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8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부모를 찾으려 고국으로 돌아온 40대 노르웨이 입양인이 고시원에서 쓸쓸히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50분께 경남 김해의 한 고시텔에서 관리인이 노르웨이 국적 얀 소르코크(45ㆍ한국명 채성우)씨가 침대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고시텔 측에 따르면 얀씨는 평소 혼자 지냈고 술을 자주 마셨는데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 잠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숨진 채 이미 부패상태에 있었다는 것. 시신 주변에는 맥주병과 소주병 등 빈 술병이 늘려 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김해중부경찰서는 얀 씨가 이미 10여 일 전에 숨진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인규명 부검을 의뢰한 결과 간경화와 당뇨 합병증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8세 때인 1980년 국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된 얀 씨는 2013년 친부모를 찾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와 서울과 김해 등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얀 씨는 귀국 초기 서울의 국립중앙입양원 등 관련 기관을 상대로 친부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고,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어도 하지 못해 8㎡에 불과한 비좁은 원룸 안에서 술을 마시며 혼자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동네주민들은 얀 씨의 손에는 항상 소주가 들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결과 평소 몸이 허약했던 얀 씨는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세 등으로 국립중앙입양원 측으로부터 병원 치료를 권고받기도 했으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얀 씨는 그 동안 직업도 없이 노르웨이에서 매달 보내주는 약간의 연금으로 생활해왔으나 사망 당시 노르웨이에 있는 양부는 사망하고 양모는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노르웨이 대사관을 통해 얀 씨 양모를 수소문 한 결과 다행히 연락이 닿아 장례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뿌리를 찾으려고 고국에서 혼자 애를 태우다 막막해지자 술에 의존한 채 건강이 악화해 고독사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해=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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