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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 독립운동 역사를 일상에서 만나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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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 독립운동 역사를 일상에서 만나게 할 것”

입력
2018.08.17 17:09
수정
2018.08.17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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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

내년 100주년… 50개 사업 진행

여의도공원서 ‘소년 광복군’ 공연 중

태화관 터에 희생자 새긴 돌 설치

안국역엔 80명 얼굴ㆍ이름 새겨

“北과 공동 기념사업도 하고 싶어”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이 17일 서울시청에서 기념사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이 17일 서울시청에서 기념사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광복군 모자를 쓴 소년이 비행기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홀로 일본군 수백 명과 대적했던 김상옥 의사의 얼굴이다. 소년을 태운 비행기가 시간을 가르며 날아가 도착한 곳은 일제강점기. 소년은 총알이 빗발치는 청산리 전투 현장에서 일본군과 싸우고, 이내 윤봉길 의사가 돼 연단을 향해 폭탄을 던지고, 다시 안중근 의사로 변해 기차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다. 일본군에 끌려가기 직전, 비행기 한 대가 날아와 소년을 태우고는 소용돌이치는 현장을 빠져 나온다.

17~19일 오후 8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공원에 전시돼 있는 비행기 ‘C-47’ 동체를 스크린 삼아 한국 독립운동의 획을 긋는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재생된다. 서울시에서 기획한 미디어 파사드, ‘어느 소년 광복군의 비행’이다. 이번 공연은 1945년 8월 18일 광복군 4명이 C-47을 타고 당시 여의도공항(현 여의도공원)에 내렸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무장투쟁의 임무를 띤 광복군이 국내에 진입한 유일한 사건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이 총괄하고 있는 시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해서는 “역사적 기념 공간을 일상과 분리하지 않는 게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C-47은 어떤 역사적 가치가 있나.

“현재 국내에 있는 유일한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 비행기는 1945년 두 차례 서울에 왔다. 처음은 1945년 8월 18일이다. 이범석 장준하 김준엽 노능서 4명의 광복군이 그 날 이 비행기를 타고 여의도공항에 내렸다. 일본군은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졌지만 한반도에선 아직 건재한 상황이었다. 김구는 이 광복군들에게 서울에 침투해 민족 지도자들과 합심, 일본군을 내쫓거나 전투를 벌이라는 임무를 줬다. 교전 당사국이 되면 전후 처리시 승전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광복군의 이름을 건 무장부대가 수도 서울에 진입한 유일한 사건으로 의미가 크다. 김구를 포함한 임정 요원 15명이 같은 해 11월 23일 환국할 때도 이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다.

“임정과 광복군의 활동 무대가 중국이다 보니 그렇다. 이 비행기도 성남비행장(서울공항)에 버려져 있던 것을 어렵게 찾아내 2015년에 여의도공원에 전시한 것이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시간이 없는 곳, 시간이 소멸한 곳이다. 과거가 없고 현재만 있다. 서울이 짧게는 600년 됐다고 하는데 궁궐 몇 개 빼놓고 나면 어디에 시간이 남아 있나. 서울에 존재하는 집단기억, 특히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과 같은 그런 근대의 시간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게 지금부터라도 중요하다.”

-이번 공연을 포함해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서울시에서 약 50가지 사업을 진행 중인데, 역사를 기념하는 공간을 일상과 분리하지 않는 게 기본 방향이다. 동상 같은 기념물로 독립운동을 기억하는 방식은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독립운동 테마역인 지하철 안국역은 스크린도어에 80명의 독립운동가 얼굴과 어록을 새겨 놓았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문을 읽은 옛 ‘태화관’ 터에 조성 중인 ‘3∙1독립선언 광장’ 바닥엔 일본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돌이 깔릴 예정이다. 일상 속에서 역사를, 역사 속에서 일상을 공유하라는 의미다. 독립운동 이야기도 너무 거룩하고 중압감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미디어 파사드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소년’ 광복군을 내세운 것도 독립운동을 나이든 세대들의 전유물처럼 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사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기록돼 있는 것도 문제다. 영상 마지막에 소년을 구해주는 비행사는 그래서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선생을 모델로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2월쯤 민족 문화의 저항적 유산으로 탄생한 북촌 한옥마을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일제 때 한 기업가가 일본인들을 못 오게 하려고 한옥을 대거 지어 팔면서 북촌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또 북한과 3∙1운동 기념사업을 공동으로 하고 싶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3∙1운동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당시엔 38선 이북이 3∙1운동을 더 세게 했다. ‘어떤 기억으로 통일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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