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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과학으로 인도하는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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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과학으로 인도하는 안내서

입력
2015.06.1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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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다는 것/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김재영 등 옮김/ 반니 발행ㆍ512쪽ㆍ2만3,000원
과학한다는 것/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김재영 등 옮김/ 반니 발행ㆍ512쪽ㆍ2만3,000원

이 책의 독일어 원제는 'Die andere Bildung'으로, 번역하면 ‘또 다른 교양’이라는 뜻이다. 인문교양과는 다른 과학교양을 말한다. 현대인의 대다수가 사실상 '과학맹'인 현실 인식을 전제로 그는 미국 철학자 존 설의 말을 빌어 우리시대의 교양인이라면 진화론이나 원자물리학 이론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교양을 갖춘 현대인의 상을 "과학적 연관성에 대해 스스로 책임있는 발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식"이 있으며 "오늘날 과학의 책임이 왜 그토록 긴급한 문제가 되었는지를 확실하게 아는" 특징이 있다고 제시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런 두 가지 특징을 가진 과학교양인 만들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저자는 독일 쾰른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과학사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한 전방위 과학자이며 과학사가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저자의 다양한 전공만큼이나 넓고 깊다.

연금술과 점성술에 대한 재평가로 시작한 그의 통찰은 남다르다. 뉴턴과 괴테의 ‘파우스트’, 멘델의 유전법칙이 모두 연금술과 관련 있다. 점성술을 거쳐 논의는 우주론으로 나아간다. 뉴턴에 의해 정립된 고전역학에 의해서 시간과 공간은 절대화되며 칸트는 이를 철학적으로 논증한다. 시간이 장소에 의존하고 그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독립된 성질을 갖지 않으며 공간이 물질과도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증명되면서 현대 물리학이 시작된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부정했다는 통설을 반박하며 막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을 오늘날 양자역학으로 불리는 새로운 물리학의 고독한 선구자로 본다. 플랑크가 양자를 일종의 수학적인 양으로 도입했다면 아인슈타인은 양자에 첫 물리적 해석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플랑크, 보어, 파울리,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슈뢰딩거 등을 등장시켜 우리를 양자역학의 그 깊은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원자의 세계에서 눈을 돌린 저자는 우리의 시선을 생명체로 유도한다. 원자와 생명체. 이 둘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통념에 맞서 그는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매개로 생명에 대한 연구가 분자 수준에서 시작된 이래 이 간극이 어떻게 좁혀져 왔나를 명석하게 밝혀낸다. 생명의 근원에서 진화와 진화론을 거친 그의 논의는 어느새 과학철학으로 이어진다. 종장에 이르러서 그는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과학에 대한 '감각적 인지'를 가로막는 상황을 초래했으며 이를 되살리기 위해 과학과 예술이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쓴 또 다른 책 ‘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만나 영화관에 가다’ 등은 그 구체적 논증이라 하겠다.

원자나 유전자와 같은 물질을 과학적 모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적 문제의식의 깊이 탓일까? 원서가 15년 전에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진화론의 응용과 그 한계'를 다룬 10장은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체계와 내용 모두 부실하다. 생물학 관련한 8~10장은 번역에 몇몇 틀린 대목이 있는데 이를 테면 '혈연선택'을 '집단선택'으로 번역하고 있다. 재판에서 수정되길 기대해 본다.

이형열ㆍ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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