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원 기자

등록 : 2018.02.11 16:58
수정 : 2018.02.11 23:36

“美와 대화 나서달라” 김정은에 일단 공 넘긴 文대통령

정상회담 제안 신중 대응한 정부

등록 : 2018.02.11 16:58
수정 : 2018.02.11 23:36

무턱대고 대화 속도 높였다가는

美ㆍ보수 등에 반발 직면 불보 듯

“남북만이 풀 수 없어” 美대화 촉구

한미훈련 재개 문제 등 산너머 산

군사회담 등 통해 불씨 이어갈 듯

6월이후 북미 답보땐 결단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던진 3차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청와대 입장에선 ‘양날의 칼’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갈 절호의 기회가 찾아 왔지만, 비핵화 진전 전망 없이 무턱대고 대화 속도를 높였다간 미국은 물론 국내 보수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청와대의 고민과 전략이 모두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일 여동생이자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한 친서에서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약 11년 만의 3차 정상회담 제안이다.

청와대에선 고무된 분위기도 감지됐다.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힌 이후 유지해온 원칙 있는 남북관계 발전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은 물론 고위급 대표단 방남을 이끌어내고,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정상급 인사들도 참석하면서 평화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이라는 자체 평가도 나왔다.

다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내민 손을 덥석 잡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대북 제재에 가담했으며, 잇따른 도발과 위협으로 한국 내 대북 여론은 크게 악화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한 반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역으로 북을 향해 방북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는 꼭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북핵 등이) 남북만의 문제로 다 풀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제한적 선제타격(코피 작전)’ 가능성까지 흘리는 미국을 고려한 발언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을 추구하지 않는다”(1월 5일 대한노인회 초청 오찬),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같은 달 10일 신년 기자회견) 등 남북대화에 임하는 원칙을 분명히 제시한 바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의미하는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면서도 미국과 국내 보수여론 모두를 의식해 균형을 강조해온 것이다.

관건은 문 대통령의 다음 수다. 당장 평창올림픽 후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문제다. 한미동맹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현재로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주의 사안 관련 적십자회담, 남북 체육ㆍ문화교류 등으로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이어가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북미관계 개선이 기약 없이 늦어질 경우 문 대통령이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월 이후에도 북미가 비핵화를 놓고 으르렁댈 경우 문 대통령이 ‘주도적 중재’라는 명분을 내걸고 3차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이 중요한 변수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북미대화가 남북정상회담의) 조건과 전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운전대’는 한국이 확실히 잡고 가겠다는 게 당분간 청와대 기조가 될 것이란 얘기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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