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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부정적 측면만 강조...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 비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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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부정적 측면만 강조...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 비판 나와

입력
2018.01.11 17:5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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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법무부가 가상화폐 투기 광풍의 부작용을 막겠다며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를 국내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식이 과연 효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이는 격이란 비판도 거세다. 가상화폐가 사실상 ‘흙수저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돼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는 버블이 언제 꺼질 지 몰라 대단히 위험하고 투기ㆍ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김치 프리미엄’(가상화폐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높게 매겨지는 현상)은 현재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해외의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2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으며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금융 당국은 물론 국세청과 경찰까지 동원한 전방위 규제에도 가상화폐 열풍이 가라앉지 않자 이날 결국 특별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선 ‘법을 앞세워 4차 산업혁명의 싹을 자르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미국에선 가상화폐 관련 일자리가 지난해 300%나 늘어날 정도로 미래 산업으로 크고 있고, 일본 독일 스위스 등도 제도권 안으로 연착륙시키고 있다”며 “법무부가 디지털 혁신 분야에 대해 무지한 나머지 ‘용감’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서만 블록체인이 발전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암호학에 대한 기본이나 개인간(P2P) 거래 시스템에 대해 이해가 전혀 없는 법 전문가의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억누르면서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거래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 글로벌 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무부의 규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인호 고려대 교수는 “가상화폐는 전 세계 시장에 연동돼 돌아가기 때문에 국내에서 규제한다고 해도 큰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며 “차세대 디지털 금융과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시장 등 미래 금융과 미래 먹거리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상화폐가 20ㆍ30대에게 마지막 ‘흙수저 탈출구’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너무 피상적이고 근시안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20ㆍ30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것은 일자리 문제 등 암담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라며 “투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이면서 구조적 처방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자자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엔 정부 규제에 반발하는 민원이 1,000건 넘게 쏟아졌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투기장으로 보고 있다면 로또 등 각종 복권이나 강원랜드도 없애야 한다’거나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라’, ‘거래소 폐지를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많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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