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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갑질이 더 문제라고? 자영업자 “월 수십만원 인건비 상승이 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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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갑질이 더 문제라고? 자영업자 “월 수십만원 인건비 상승이 더 부담”

입력
2018.07.18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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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티 인하 등 경영지원과 연계 

 편의점주 “무작정 요구할 수 없어” 

 소규모 상가 임대료 상승률 하락 

 “가겟세도 핵심 변수는 아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협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협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김밥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2016년 3월 본사가 쌀, 김 등 식재료를 ‘필수품목’ 명목으로 일반 시중가보다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점주들에게 구입을 강제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지난해 말 공정위는 본사에 과징금 6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본사는 ▦필수품목 축소 ▦로열티 14% 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본부의 갑질에 맞서 가맹점 이익을 관철해낸 ‘투사’ A씨는 그러나 최저임금발(發)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5월 폐점했다. A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내년 최저임금을 8,500원으로 가정하고 계산해보니 직원 1인당(12시간) 267만원을 줘야 했다”며 “2014년 개점 때보다 매출은 60% 이상 줄었는데 인건비는 30% 이상(200만→267만원) 올라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갑질과 임대료 등 구조적 문제와 최저임금은 별개로 접근할 사안”이라며 “매출만 잘 나오면 최저임금을 100만원도 줄 수 있지만, 경기가 최악이라 나눠줄 소득이 없는 점주들에게 돈을 더 주라고 하니 환장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0% 이상 오르면서 자영업 경영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계와 여당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본사 및 건물주 책임론’이 제기되자 자영업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어려운 근본 원인은 매출액 대비 비용으로 봤을 때 (최저임금 상승보다는)본사의 갑질 횡포와 상가 임대료”라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6일 발언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런 논리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다수의 자영업자 대부분은 임대료는 경영난의 핵심 변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 점주 B씨는 “궁중족발 사건처럼 건물주가 임대료를 한 번에 4배 인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임대료는 상권 수익성과 연동되고, 법정 테두리(5% 이내) 내에서 협상을 거쳐 책정돼 애로가 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ㆍ연면적 330㎡ 미만)와 집합상가(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의 1분기 월 임대료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 0%에 그쳤다. GS25 편의점주 C씨는 “강남 등 핵심 상권을 빼면 건물주도 월세를 크게 못 올린다”며 “법정 최대 한도로 가겟세를 올린다 해도 월세 200만원 기준으로 10만원 오르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월 5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본사 갑질 개선 또한 최저임금 문제의 ‘즉효약’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단기간에 제도 개선이 불가능하고, 설령 개선돼도 인건비 부담을 100% 덜어줄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 점주 D씨는 “통신사 제휴 할인 시 할인액의 100%를 점주가 부담하는 데 이게 월 매출 3,000만원 기준 300만원”이라며 “수년째 점주들이 본사ㆍ통신사ㆍ점주간 균등 부담을 요구해왔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CU 편의점주 E씨는 “본사 1분기 영업이익 260억원을 전 점포가 나눠가져도 월 60만원”이라며 “로열티(매출총이익 35%) 인하의 경우 투자비, 영업관리, 재고조사 등 본사의 경영지원과 연계되는 문제라 무작정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자헛 점주 F씨는 “월 인건비 1,500만원(매출 30%)에 최저임금 인상률(10.9%)을 적용 시 부담이 160만원 정도”라며 “본사가 식자재에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는 관행을 막아도 이를 충당하긴 쉽지 않고, 인건비가 오르면 제조원가(월 매출 50%)도 덩달아 뛰어 달라질 게 없다”고 푸념했다. 본죽 점주 G씨는 “최저임금만 오른다면 본사 마진을 줄이고 카드 수수료를 조금 낮추는 정도로도 부담이 상쇄된다”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원재료값 상승→비용부담 가중’의 도미노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축소하기에 급급할 뿐 자영업자 부담을 상쇄할 실질적 대책은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은 올해 약 10조원, 내년 8조원 수준으로 추계된다”이라며 “그 동안 정부는 카드 수수료 인하(4조~5조원), 본사 마진축소(1조5,000억~2조원) 등 구조적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인상했다”고 비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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