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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이 21세기 한국에 산다면 “복종해야할 권세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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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이 21세기 한국에 산다면 “복종해야할 권세는 국민”

입력
2017.02.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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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3장 다시읽기

권연경 지음ㆍ뉴스앤조이

148쪽ㆍ9,000원

지난달 14일 서울 혜화동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회원이 박 대통령 사진을 들고 탄핵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서울 혜화동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회원이 박 대통령 사진을 들고 탄핵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서울 혜화동에 길이 10m짜리 대형십자가가 등장했다. 이날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목사 1,000명과 성가대 2,000여명은 탄핵소추안 기각을 위한 기도회를 마친 후 십자가를 들고 시청 방향으로 행진했다. 그보다 두 달 앞선 지난해에는 “촛불 들기 전 꼭 보세요!”라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100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을 때 올라온 이 영상은 고 옥한흠(1938~2010) 목사의 1992년 설교 영상이다.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우신 분은 하나님이다.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권위를 경멸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을 탄식한다”는 그의 육성이 흘러나온다.

국정농단 논란으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문장이 있다. 사도 바울의 ‘로마서’ 13장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이러한 일부 기독교 신자들에 개탄하며 ‘복종하라’의 의미를 세밀히 풀어낸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가 발간됐다.

저자인 권연경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진술 자체는 일반적이지만 당시 상황과 성경의 다른 내용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마서’는 기원후 57년쯤 쓰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로마제국은 반유대주의 정서가 강했고, 로마 정부를 자극했다가 교회에 괜한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해 로마 정부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복종의 필요성을 가르쳤다는 추정이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은 1세기 로마제국과 같은 전제왕권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복종하라’는 구절을 인용해 현 대통령을 탄핵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권력자들은 국민의 권력을 투표를 통해 위임 받았으므로, 바울의 권고는 정권ㆍ의원들이 ‘국민에게 복종하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해석이 기독교계에서 처음 나온 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바울이 원래 사용한 단어들의 어원까지 낱낱이 해석해 가며 ‘로마서’ 13장의 1~7절을 살펴본다. 현재 한국교회에 대한 쓴 말도 아끼지 않는다.

바울은 “양심을 따라”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 저자는 복종해야 할 정당한 근거가 사라지면 종교인 양심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이와 함께 성경의 기본에 대한 강조가 와 닿는다. “성경은 인간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명령하지 않는다. 성경적 관점에서 특정 통치자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한 맹목적 충성은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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