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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주최 ‘201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사진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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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주최 ‘201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사진 공모전

입력
2017.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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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문 최우수작 이소라 씨 – 백만송이 홀씨되어
사진 부문 최우수작 이소라 씨 – 백만송이 홀씨되어

● 체험수기 부문 최우수작 김숙희씨 - 주간보호센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입니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고 파릇파릇 연둣빛 새싹이 움트는 봄날! 호랑이띠 92세의 친정엄마는 오늘도 변함없이 이른 아침을 깨우며 분주합니다. 손거울을 쳐다보며 머리에 기름을 바르시고 여기저기 검버섯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신지 분단장을 하시지요. 옷을 챙겨 주는 저에게 오늘은 빨간 옷, 내일은 파란 옷을 가리키며 입혀 달라고 하시는 엄마를 바라보면 열여덟, 십팔 세 귀여운 소녀 같아 보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플 때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가시는 곳 주간보호센터! 그래서 매월 개근상 받으셨다며 기분 좋아하시는 우리 엄마!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주간보호센터 프로그램은 저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가정이나 혼자 사시는 어르신에게 안성맞춤! 딱 필요한 너무나 좋은 시스템입니다.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이 다 그러하였듯이 친정엄마는 젊은 시절, 일곱 남매를 키우기 위해 뼈마디가 다 녹는 갖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심하게 휘시고, 심장이 붓는 질병으로 인하여 움직이면 숨쉬기가 힘들어져 거동까지 불편해진 친정엄마를 모신 지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일곱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엄마를 모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제가 2000년 되던 해부터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해 일하는 자원봉사단에 몸을 담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 당시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지 않았었고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제도도 지금보다는 훨씬 미비했었습니다. 어르신들만 살고 계시는 가정을 방문해 보면 모든 환경이 정말 취약했고, 자원봉사자로서 도울 일이 참 많았습니다. 몇몇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가 청소와 세탁을 해 주고 오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버거울 정도였으니까요. 봉사를 하고 나면, 비록 몸은 피곤할지라도 마음만은 뿌듯한 보람을 느꼈고, 그때마다 거동이 불편한 나이 드신 친정엄마가 생각났습니다. 봉사를 하기 전과는 달리, 날마다 안부 전화를 한 통씩 하게 되면서부터 집으로 모시고 오는 횟수도 늘게 되고, 그러다가 함께 살게 된 지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2008년,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고 봉사를 하던 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서 이론 공부와 실습을 하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더구나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을 몸소 뼈저리게 느끼던 때라 장기요양보험을 공부하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정엄마를 위해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였습니다. 친정엄마는 3등급 판정을 받게 되었고,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곧바로 받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족 요양을 하다가,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요양보호사의 방문서비스와 차량목욕서비스, 그리고 휠체어와 침대 등 복지용구의 혜택을 받으면서 저도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은 상태일 때는 하루 3시간 동안 이뤄지는 방문서비스의 도움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어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키기도 했는데, 요양병원에 누워계시는 엄마를 두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었어요. 거의 날마다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그러다 지치면 차라리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야지 싶어 퇴원수속을 밟아 집으로 모셔오는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요양원으로 모시면 어떨까 싶어 알아보고 고민하다가도, 나이 구십을 바라보는 엄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실까? 싶어 다시 마음 다져 잡기를 수십 번 반복했어요.

그때 마침 친정엄마가 케어를 받고 있던 복지센터의 대표님으로부터 주간보호센터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을 듣게 되었어요. 보호자들을 교육하는 시간에 복지센터에 방문하여 시설을 둘러보며, 믿고 보내도 되겠다는 신뢰감이 생겨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게 되지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결석도 자주 하시던 친정엄마는 차츰차츰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친정엄마의 하루 프로그램은 어린아이들 유치원에 다니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른 아침, 정해진 시간이 되면 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차가 도착하여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주간보호센터에 가시고, 저는 출근을 합니다. 또 오후에 정해진 시간이 되면 복지센터의 차가 도착하고,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집에 모셔옵니다. 저의 퇴근이 늦는 날에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 주고, 전화나 문자를 해 줍니다. 그뿐 아니라 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을 하는 모습, 인지활동을 하는 모습, 목욕 후 드라이하는 모습이나 미용하는 모습을 유치원에서 아이의 학부모에게 해 주는 것처럼, 보호자에게 문자로 보내거나 밴드에 올려 주는 서비스가 정말 감동입니다.

정보를 서로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쌓이는 신뢰감, 고마운 마음, 이러한 마음들을 저도 한껏 발휘하여 커뮤니티 공간을 이용, 주간보호센터에서 활동한 친정엄마의 모습을 담아주면 모두들 신기해하고 고마워합니다. 또한 엄마의 활동모습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관심들이 커지고 주위에서 상담을 요청하는 일도 종종 있더라고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는 셈이지요.

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거동이 불편하여 상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엄마를 모시며 살아가던 저의 육체적 부담은 물론, 심적 부담감이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몇 년 전처럼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셔야 할까를 전혀 고민하지 않습니다. 처음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실 때는 어떻게 다니실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훨씬 건강해지시고, 감기에 걸려 아프신 날 조차도 차라리 센터에 가서 누워 있고 싶다며 설렌 마음으로 아침을 깨우는 엄마! 오늘도 전, 엄마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진심을 담아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표현했어요. 어머니를 모신다는 그 자체만으로 가족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효녀’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지금은 효녀라고 하지 않고 천사라고 하더라고요.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덕분에 지금은 제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되어있습니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최근에는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유행하며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지요. 또한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가장 우선적으로 건강한 삶을 생활양식의 트렌드로 추구하는 양상입니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지가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가장 먼저는 건강문제요, 또한 사회적 심리적 갈등에 따른 소외문제, 죽음에 대한 문제 등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주간보호센터를 소개하면서 제가 느낀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문제였습니다. 15%라는 본인일부부담금이 어르신들에게는 버겁게 느껴져 거부하는 경우가 상당하더라고요. 보호자들이야 부담감에 대해 설득력 있게 말하면 거의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어르신 본인들을 설득하기란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분들의 형편을 가만히 살펴보면 거의가 다 빈곤문제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한 상황인데도 자녀들에게 경제권을 위임하여 빈곤 아닌 빈곤에 허덕이시는 분도 계시고, 절약이 몸이 밴 습성 때문에 지출을 거의 안 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또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경제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건강보험공단에서 고민하며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찌 되었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직접 친정엄마를 통해 체험하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목적을 검색해 보았더니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라고 나와 있더라고요.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목적! 그러한 목적을 저의 체험 속에 묻어나온 감사의 마음으로 화답하며 저 또한 그 감사의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위해 오늘도 힘차게 주어진 하루를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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