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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첫 5월 카네이션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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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첫 5월 카네이션은 웁니다

입력
2017.04.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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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성수기 3, 4월 판매량 반토막

경매장 내놔도 60% 주인 못찾아

법시행 후 장미가격 50% 폭락

도소매인도 구입규모 크게 줄여

“꽃=뇌물 잘못된 인식 답답”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원당동 고양화훼산업특구. 5월 카네이션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단지는 한산한 모습이다.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원당동 고양화훼산업특구. 5월 카네이션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단지는 한산한 모습이다.

26일 국내 유일의 화훼산업특구인 경기 고양시 원당동의 고양화훼단지. 연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5월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단지는 한산했다. 이따금 비닐온실에서 카네이션 출하 준비를 서두르는 인부들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15년째 장미를 재배하는 김모(44)씨는 “화훼업자에게 5월은 설이나 추석 대목과도 같은 시기인데, 판매와 주문이 뚝 떨어져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을 채우던 화환ㆍ조화와 공무원 승진축하용 난 등의 꽃 소비가 급감해 화훼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고양화훼단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봄 성수기인 3~4월 고양지역 화훼농가의 꽃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40% 급락했다.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농가도 적지 않다. 법 시행 초기 잘못된 정책홍보로 꽃 선물마저 뇌물처럼 비춰져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게 농가들의 불만이다.

권기현(56) 고양화훼단지 회장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5월 스승의 날 등의 판매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걱정했다.

26일 경기 고양시 고양화훼단지 내 꽃 도매유통점의 한 직원이 5월 어버이날 선물용으로 판매할 호접란을 살펴보고 있다. 이 도매유통점은 꽃 소비 감소로 예년에 비해 판매물량을 3분의 1로 줄여 확보했다.
26일 경기 고양시 고양화훼단지 내 꽃 도매유통점의 한 직원이 5월 어버이날 선물용으로 판매할 호접란을 살펴보고 있다. 이 도매유통점은 꽃 소비 감소로 예년에 비해 판매물량을 3분의 1로 줄여 확보했다.

꽃 도ㆍ소매점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고양화훼단지에서 18년째 꽃 도매상을 운영하는 유모(55)씨는 작년 같은 기간 5월에 쓸 선물용 호접란 300판(1판 15송이)을 경매를 통해 구입했지만 올해는 130판만 확보했다.

그는 “이맘때면 꽃 소매점 사장들로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겨 판매 물량도 절반만 확보했다”며 “화훼시장이 풍비박산 나 유통체계까지 다 무너져 전업까지 고려 중”이라고 털어놨다.

고양화훼단지 인근의 꽃 소매점(화방) 거리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150㎡ 규모의 화방을 10년째 운영하는 이모(50ㆍ여)씨는 “3~4월엔 선물용이나 미화용으로 학교에 들어가던 꽃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며 “작년 50만원 수준이던 하루 매출이 요즘엔 30만원 올리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청탁금지법 여파로 화훼농가는 물론 도소매인들까지 매출에 직격탄을 입는 등 시장 상황 전반이 악화하고 있다. 실제 고양화훼단지 내 관엽식물과 장미 판매가격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최근 50% 가까이 떨어졌다. 농가에서 키운 꽃 작물을 한국 화훼농협이 운영하는 경매장에 넘겨도 경매 유찰률이 법 시행 전 10%대에서 최근 60%대로 증가해 판로도 쉽지 않아졌다.

문유주 고양시 화훼산업팀장은 “꽃 직판매점 등을 설치하고 상인 유입을 유도하는 등의 꽃 소비확대를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당장 농가에 도움이 되지 못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고양시에는 지난해 말 기준 691개 화훼농가가 262㏊에서 전국 꽃 생산량의 13%를 재배하고 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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