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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옹립설ㆍ北 망명정부설…김정남 둘러싼 시나리오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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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옹립설ㆍ北 망명정부설…김정남 둘러싼 시나리오 난무

입력
2017.02.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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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후진타오 만나

김정은 대신 김정남 후계 제안

녹취 알려져 처형”소문

시진핑의 북한 압박 카드 분석도

“탈북 세력이 김정남 중심으로

해외 망명정부 구상” 주장까지

과거 마카오에 나타난 김정남. 한국일보 자료사진
과거 마카오에 나타난 김정남.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배경으로 그간 끊임없이 제기된 ‘김정남 옹립 시나리오’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북한이 2012년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 기반을 모두 잃고 수년간 낭인 생활을 해온 김정남을 굳이 제거한 데는 김정남이 중국을 등에 업고 언제든 김정은에 도전하는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에서 쿠데타 등 권력에 대한 도전이 발생할 경우 그 주도 세력이 해외에 있는 김정남을 새 권력자로 옹립할 것이라는 설은 김정은 체제 초기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북한의 ‘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백두혈통 승계를 명문화 하고 있다. 특히 김일성의 장손이자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는 형식적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다. 김정남이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고는 해도 김정은에는 잠재적인 위협 요인인 셈이다.

북한 내부에서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2013년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이자 북한 권력 서열 2위였던 장성택을 처형했는데 당시 죄명이 ‘불경죄’였다.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각종 설이 난무했다. 그 중 하나가 북한 내 대표적인 친중파이자 김정남의 후견인 격인 장성택이 중국과 김정남 옹립에 대해 논의하다 발각됐다는 설이다. 반중 매체 ‘보쉰(博訊)’ 등에 따르면 2012년 8월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만나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은 대신 김정남을 세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중국의 간부가 비공개 회담으로 진행된 이 내용을 녹취해 김정은에게 알려 김정은이 장성택과 북한 내 친중파를 모조리 처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맞물려 후진타오와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중국 내 권력층도 김정은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 친중 성향의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김정은의 핵ㆍ미사일 독주로 중국의 입장만 난처해지면서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받았다. 중국이 김정남을 실제 지도자로 옹립하지 않더라도 핵실험 등으로 금지선을 넘은 김정은에 대한 압박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남과 150통 이상의 이메일을 주고 받은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요지(五味洋治)기자 역시 저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를 통해 “중국은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고, 김정남은 중국을 배경으로 와신상담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국가의 안정과 빈곤이라는 모순을 풀지 못할 경우 ‘김정남 옹립 시나리오’가 현실성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의 출신 모체인 ‘태자당’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2012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뒤 김정남이 동남아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비호가 없었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박사는 “실제 중국 내에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된 이후에도 개방주의 성격이 강한 김정남이 더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는 기류가 존재했다”면서 “친중국 인사를 지도자로 옹립하기를 원했을 것이고 김정남을 정세 급변시 대안으로 생각하고 비호했던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퍼진 북한 망명정부설도 김정은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지통신은 15일“최근 김정남이 북한 망명정부의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고 보도했다. 탈북 세력이 중국을 방패 삼아 해외에서 망명정부를 세우고, 김정남을 새로운 지도자로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 내 존재감이 크지 않은 김정남이 직접 연계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 내 탈북 세력이 김정남을 축으로 망명 정부를 구상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반면 ‘김정남 옹립설’이나 ‘망명정부 중책설’ 등은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라는 평가도 나온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김정남은 북한에서 김정일 아들로 인정 받지 못해 북한 주민들에겐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김정남의 북한 내 존재감이나 중국에서의 위상이 실제에 비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내 지지세력 자체가 없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 옹립 움직임은 없다”며 “(김정남 피살은) 김정남이 김정은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계산된 행동 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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