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강남 살인 이후 사회 반응, 진짜 증오범죄 징후와 유사”

알림

“강남 살인 이후 사회 반응, 진짜 증오범죄 징후와 유사”

입력
2016.05.27 17:32
0 0
26일 오후 서울 시청 지하 1층 활짝 라운지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26일 오후 서울 시청 지하 1층 활짝 라운지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강남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열흘째.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볼 것인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강남 ‘여성 살해’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에는 4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첫번째 패널로 나선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최근 부상한 ‘여성혐오’에 대해 “여성을 수단으로 취급하고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 여성을 향한 대상화”라며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저널리즘과 인터넷 문화가 여성혐오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언론에 의해 ‘김치녀’서사가 의견이 아닌 사실처럼 제시됐으며 형식적 객관주의로 의해 여혐과 소위 ‘남혐’이 동등하게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여혐 콘텐츠가 오랫동안 유머 콘텐츠로 유통되고 이를 사소한 것, 재미있는 것으로 학습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페이스북 코리아의 책임이 크다, 여성혐오 페이지의 운영을 제지하지 않는 등 각종 차별적인 메시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 살인사건에 대한 추모 열기에 대해 “다른 여성들의 경험에 공감하는 새로운 청중의 탄생”이라고 분석하며 이들의 등장 배경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부상한 여성 운동을 들었다. 이 교수는 “지인이 ‘(안티 여혐 사이트) 메갈리아를 페미니스트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되어가는 것이다. 단계는 다르지만 다른 방식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며 “여성들은 1년여 동안 온라인 활동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모으며 대중적 감수성을 함께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범죄학적 관점에서의 ‘증오범죄’개념상으로 강남 살인사건이 증오범죄가 아닐 수도 있지만, 오히려 범죄 직후 벌어진 사회적 반응(추모 여성들 공격, 정신질환자 낙인 등)이 진짜 ‘증오범죄’ 징후와 매우 유사했다”며 “문제의 근원인 혐오와 차별적 의식이 강력 범죄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등 수많은 형태로 나타나는 현실에서 치안대책이나 정신질환자 대책으로 문제의 방향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불평등의 악순환은 강력한 사회적 개입으로 중단될 수 있다”며 여성폭력근절기본법 제정, 국가 성평등 정책 총괄기구 설치와 운영, 여성 폭력범죄에 대한 통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강남 ‘여성 살해’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최지은 아이즈 선임기자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강남 ‘여성 살해’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최지은 아이즈 선임기자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이날 집담회에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진지한 표정으로 패널들의 발언을 경청하는 젊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질의 응답시간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에서 겪는 갈등 대처에 대한 질문이 줄을 이었다. 한 여성은 “온라인에서 여성혐오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해도 오히려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이걸 계속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패널들은 다양한 방식의 의사표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 PC통신 시절에도 같은 문제에 대해 침묵하기 시작했더니 이런 상황이 됐다. 마지막까지 댓글을 달아야 한다”(김수아 교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기사에 대해서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계속해서 메일을 보내고 사과를 받아라”(이나영 교수) “내가 후원하고 싶은 단체를 찾아 정기후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최지은 아이즈 선임기자)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