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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앞바다 보물선 발견” 발표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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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앞바다 보물선 발견” 발표가 수상하다

입력
2018.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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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그룹’, “113년만에 발견” 주장

지난 2003년 5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촬영한 돈스코이호의 함포. 신일그룹보다 15년 앞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지난 2003년 5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촬영한 돈스코이호의 함포. 신일그룹보다 15년 앞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113년 전인 러일전쟁 때 울릉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서 논란이다. 최대 150조원 가치의 보물이 실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갈수록 의문점만 늘고 있다.

15년 전 발견한 침몰선을 마치 첫 발견인 것처럼 발표한 배경과 베일에 가려진 회사의 실체, 바다에 매장된 물건은 정부 승인 없이 인양이 불가한데도 아직 관련 행정절차를 밟지 않은데다 소유권을 놓고 러시아와 분쟁이 일어날 소지도 있어 신일그룹의 주장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에 따르면 문제의 돈스코이호는 1998년부터 탐사에 나선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저유물팀에 의해 2003년 5월 그 위치와 실체가 확인됐다. 당시에도 러시아가 군자금으로 쓰기 위해 싣고 있던 금괴와 골동품 등 최대 150조원 가치의 보물이 실려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됐다.

신일그룹이 촬영한 돈스코이호의 함포. 신일그룹 제공
신일그룹이 촬영한 돈스코이호의 함포. 신일그룹 제공

이번에는 탐사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18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하 포항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탐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단 한 번 방문했다. 바닷속 매장 물건 발굴절차만 문의했다. 이들은 추정 매장량 ‘금 250g(1,100만원)’이라고 작성한 발굴승인 관련 서류를 보여주기만 했다.

포항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신일그룹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민원인이 돈스코이호의 매장물 추정량으로 금 250g을 써서 신청서를 갖고 온 적 있다”며 “문서를 제출하진 않고 발굴 승인에 필요한 행정 절차만 묻는 문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이 포항해양수산청에 발굴승인을 신청하더라도 허가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돈스코이호의 주인인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지난 1979년 일본선박진흥회가 러일전쟁 때 일본 쓰시마섬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함정 나히모프호 탐사에 나서자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했고, 외교 분쟁으로 번졌다.

포항해양수산청의 또 다른 직원은 “발굴 신청을 하면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데 러시아가 나서면 외교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국제 분쟁 소지가 다분한데 협의 과정에서 원만히 처리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일그룹이라는 회사의 실체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1957년 세워진 신일토건사가 전신이며, 1980년 신일건업으로 상호로 변경하고 1989년 11월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 뒤 2016년 싱가포르 신일그룹에 인수되면서 신일그룹으로 사명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사는 신일그룹,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2개회사 뿐이고 모두 올해 들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돈스코이호 발굴 아래에다 회사 보유분 신일골드코인을 특별 판매한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삭제하기도 했다. 증권가 등에선 주가조작설, 다단계 가상화폐 판매조직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일그룹 관계자는 “20일 발굴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고, 소유권 등기는 국제해양법상 해저 매장 물건은 발견자 소유로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설립한 지 60일된 회사로 홈페이지와 보도자료에 소개된 회사 내용은 잘못된 설명이고 신일골드코인과도 상관없어 서둘러 지운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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