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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나쁨’에도... 여전히 야외 체육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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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나쁨’에도... 여전히 야외 체육하는 학교

입력
2017.04.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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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보통’ 수준만 돼도

야외수업 자제 방침 내렸지만

학교에선 실시간 농도 확인 후

교실에 곧바로 반영하기엔 한계

체육관ㆍ강당 없는 학교가 27%

대체 시설ㆍ교육과정도 태부족

일부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에 달한 14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을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일부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에 달한 14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을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81㎍/㎥까지 오른 14일 오전 11시30분. 이 지역 A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2개 반 50여명 학생들이 참여한 체육수업이 한창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운동장에 뿌연 먼지가 가득했지만 한 반 학생들은 축구를, 다른 반 학생들은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공을 차다가 멈춰 서 허리를 숙이고 연신 기침과 재채기를 해댔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예보등급 ‘나쁨’(81~150㎍/㎥) 수준으로 학교는 서울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야외수업을 단축하거나 금지하고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지도해야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날 오전 9시30분 올해 첫 황사까지 덮치며 미세먼지 농도가 87㎍/㎥까지 치솟은 서울 영등포구 B초등학교의 운동장 역시 열심히 뛰어다니는 학생들로 북적댔다. 학교 인근을 지나던 학부모들이 “이런 날씨에 야외 수업을 해도 되는 거냐”며 혀를 끌끌 찼다.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이 잇따라 미세먼지 대응 기준을 바짝 죄고 있다. 17일 교육부는 당일 미세먼지 예보 ‘나쁨’ 이상일 때부터 야외수업을 자제하도록 한다는 세부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각 학교 미세먼지 담당자 2만명을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10일 느슨한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 대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에 맞춰 당일 PM10 농도가 50㎍/㎥ 이상일 때(초미세먼지로 불리는 PM2.5는 25㎍/㎥ 이상)부터 야외수업을 자제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미세먼지 ‘보통’일 때도 야외수업을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움직임은 굼뜨다. 해당 매뉴얼을 현장에 반영하기에 한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각 학교의 미세먼지 대응은 주로 학교장과 교감, 교사 등 3명이 맡는데, 상황전파와 실무를 담당하는 교사의 경우 실시간으로 변하는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려면 수업 중에도 일일이 휴대폰 예보 문자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챙겨봐야 한다. 더구나 야외수업 단축이나 금지는 교육과정 상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확한 대응 체계가 마련돼야 하지만 경각심을 갖고 나서는 구성원들은 많지 않다는 게 담당 교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C초등학교 4학년 박모(11)군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눈으로 보기에 뿌연 정도가 아니면 선생님들도 체육수업 때 오히려 마스크를 벗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야외수업을 대체할 만한 시설이나 교육과정이 충분치 않은 점도 문제다. 하루치 야외 체육수업을 실내로 대체한다면 2개 반 이상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넓은 체육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초ㆍ중ㆍ고 및 특수학교 1만1,782곳 가운데 체육관(강당 겸용 포함)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는 3,178곳(27.0%)에 달했다. 간단한 실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실을 개조해 만든 간이체육실 보유 학교까지 따져도 750곳(6.4%)은 대안이 없는 셈이다. 배보람 녹색연합 활동가는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 기준 강화에만 급급할 뿐”이라며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 비상상황 시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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