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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DJ묘역’ 앞에서 일어난 소동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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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DJ묘역’ 앞에서 일어난 소동의 정체는

입력
2015.04.0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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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엔 끝이 '끝'이 아닙니다. 뒤끝뉴스는 취재 그 뒷이야기, 기사 그 다음 스토리를 전합니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이희호 여사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편 권노갑 상임고문등 동교동계는 이 여사와 DJ 묘소를 참배하며 4·29재보궐선거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이희호 여사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편 권노갑 상임고문등 동교동계는 이 여사와 DJ 묘소를 참배하며 4·29재보궐선거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7일 오전 부슬비가 내리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은 때아닌 방문객들로 북적거렸습니다. 현충일 같은 기념일도 아닌데 카메라 수십 대를 대동한 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옥두 윤철상 이훈평 전 의원 등 ‘동교동계’인사들에 주승용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등 전현직 정치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까지 5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매주 화요일 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화요참배’행사를 가져왔습니다만, 이날 참배는 평소보다 특별했고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 동안 정치권의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밀려났던 ‘동교동계’는 최근 4ㆍ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 후보들을 돕느냐 마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고, 이날 모임은 그런 동교동계 내부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분수령이 됐기 때문인데요.

특히 동교동계 좌장인 권 고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재보선 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권노갑 상임고문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이희호 여사와 참배를 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권노갑 상임고문등 동교동계는 이 여사와 DJ 묘소를 참배하며 4·29재보궐선거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권노갑 상임고문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이희호 여사와 참배를 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권노갑 상임고문등 동교동계는 이 여사와 DJ 묘소를 참배하며 4·29재보궐선거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동교동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호남 출신과 옛 민주계 지지 세력을 모아 보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재보선 전략에는 동교동계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권 고문은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당을 도와주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5일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만남을 거론하며 “그 동안 의견이 분분했던 부분도 있지만 두 분이 만나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고 했습니다. 또 권 고문은 “(문 대표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모든 계파를 초월해 하나로 갈 수 있는 방식으로 당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나마 애초부터 문 대표를 돕자고 했던 권 고문도 서운함이 있다고 했으니 다른 동교동계 인사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이 날 화요참배에 참석한 동교동계 인사 중에서는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당이나 문재인 대표 돕는 것에 반대”라며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7일 서울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이희호 여사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참배를 하고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7일 서울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이희호 여사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참배를 하고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특히 관악을 후보 경선에서 정태호 후보에게 아깝게 패한 김희철 전 의원 지지자들은 ‘우리의 결의’라는 이름의 유인물을 기자들에게 나눠주며 “친노 지원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모욕감을 준다”라고 외쳤고, 다른 지지자들은 “맞아” “맞아”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박 전 대표와 면담을 요구하며, 정태호 후보 지지를 할 수 없다고 외치는 이들을 보면서 동교동계 내 갈등이 채 정리되지 못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참배 후 이어진 오찬이 끝날 때까지 이런 어수선함은 계속됐습니다. 기자들이 재보선 지원 방법을 묻자 권 고문은 “당 대변인을 통해 전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훈평 전 의원도 “아까 다 말했으니 개별적인 이야기는 그만 하자”며 질문 하려던 기자들을 말렸습니다. 현장에서 볼 때 동교동계 인사들은 뭔가 할 말은 많지만 참아야 하기 때문에 참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동교동계 내 갈등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였습니다.

당내 화합을 강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와 더불어 문 대표의 거듭된 요청으로 동교동계는 일단 재보선 지원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권 고문은 “박 전 원내대표를 통해 재보선 지원 방식을 밝히겠다”고 말하며, 공을 다시 박 전 원내대표에게로 넘겼습니다. (이날 오후 박 대표는 권 고문과 별도로 접촉했고, 이후 “선당후사 자세로 재보선에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동교동계는 참전을 선언했지만 동교동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거에 나설지 미지수입니다. 설사 동교동계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더라도 선거 결과는 개표 전까지는 알 수 없죠. 선거 뒤에도 친노, 비노의 갈등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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