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한국에 살며]고국에서 전해진 실망스러운 소식

입력
2016.07.08 14:00
0 0

몇 해 전 중국 언론이 “중국 입장에서 영국은 더 이상 큰 힘을 가진 국가라고 볼 수 없다”라고 보도하여 영국사회가 체면을 상당히 구겼던 일이 있었다. 그 언론은 영국이 단지 공부하거나 여행하기에 적합한 오래된 유럽 도시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이후 중국 사람들의 생각 속에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굳어졌다. 영국 언론에서도 영국이 현대에 들어와 예전만큼의 국제적인 입지를 잃었다는 것에 불쾌함을 표명했다. 불행히도, 이는 많은 부분에서 사실이다. 영국은 국제적으로 정치적 파워를 잃었다. 19세기에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는 강대국이었다. 이제는 겨우 과거의 화려했던 그림자만 남아 있을 뿐이다.

2주일 전 내 조국 영국은 중국의 견해를 더욱더 확신하게 만드는 결정을 했다. 영국 국민은 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영국과 인접해 있는 유럽대륙 동료 국가들과의 40년간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이것은 또한 영국 총리와 야당의 리더를 포함한 대부분 영국 정치인의 충고에 반하는 결정이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 영국은행 은행장, EU 연합국의 수장과 세계 전문가들은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EU 탈퇴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표명했다. 나는 그날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이 EU를 탈퇴하지 않는 쪽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공개된 후 충격과 실망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어진 영국 정당의 내부 분열을 보면서 실망스러운 마음이 창피함으로 바뀌었다. 보수주의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임을 선언했고, 그는 영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정치가 중 한 사람으로, 또한 나라를 망가뜨린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충격 속에서 마이클 고브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동지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을 배반했다. 고브와 존슨은 양쪽 모두 EU탈퇴 운동을 이끌었던 리더였다. 그러나 투표 결과 나온 후 두 사람 모두 EU 탈퇴 이후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존슨은 자신이 어릿광대였음을 보여주었고, 고브는 교활한 뱀과 같은 존재임을 스스로 폭로했다. 투표 후에 그들의 행동에서 그들이 내세운 EU 탈퇴는 영국 국민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그들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U탈퇴 운동의 성공은 영국문화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불편한 이슈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종차별과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EU 탈퇴 운동은 영국 인종차별 문제의 불씨에 부채질했으며 반 이민주의와 영국 국수주의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들은 영국에 이민자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한 영국이 독자적일 때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감정적인 호소를 했다. 이민자들의 차별에 바탕을 둔 이러한 주장은 많은 면에서 문제가 있다. 정치인들의 여론 조작 때문에 국민은 영국 내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수를 실제보다 과장되게 생각하게 됐다. 또 영국 거주 이민자들이 내는 세금이 이들이 영국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간과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탈퇴 운동의 승리가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하고 소수 그룹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채질한 점이다. 런던 경찰 당국은 국민투표 이후에 이민자 증오에 의한 범죄와 이와 관련된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EU 탈퇴에 찬성한 것은 과반수가 장년층이었고 젊은층의 경우 대부분은 반대했다. 이는 마치 영국이 퇴색된 식민시대의 권력을 회상하는 장년층 세대와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며 세계화에 동참하기를 원하고 세계화의 모든 이점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로 나라가 두 개로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내가 어느 쪽의 영국에 속하기를 원하는지를 잘 안다.

배리 웰시 서울북앤컬쳐클럽 주최자ㆍ동국대 조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