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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영화 ‘신과 함께’와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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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영화 ‘신과 함께’와 불교

입력
2018.01.17 14: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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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까지 종교는 인류의 문화를 대변하는 가장 넓은 범주를 차지했다. 그러나 근세와 현대로 접어들며, 종교에서 교육과 복지 등이 분리되어 나가자 종교는 크게 위축된다. 토마스 아퀴니스는 “철학은 종교의 시녀”라고 규정했지만, 오늘날 종교의 범주는 철학보다 작으며 인간의 기호에 따른 선택사양에 불과하다. 즉 과거 맹목적 권위를 떨치던 종교는 이제 화석화된 영광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사후세계를 다룬 종교영화 ‘신과 함께’의 폭발적 흥행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과거에도 불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리틀 부다(1993)’ ‘쿤둔(1997)’ ‘티벳에서의 7년(1997)’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하며, 우리 영화로도 ‘아제 아제 바라아제(2001)’나 ‘달마야 놀자(2001)’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영화도 ‘신과 함께’와 같은 흥행몰이에 성공하진 못했다. 기독교 역시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영화를 개봉하곤 하지만 흥행에서는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둔 적은 없다.

물론 불교영화는 아니지만 ‘매트릭스(1999-2003)’나 ‘인셉션(2010)’처럼 불교적 세계관이 투영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는 불교를 표면에 내세우는 영화와는 또 다르다. 이런 점에서 49재라는 불교만의 특수한 코드를 다루고 있는 ‘신과 함께’의 유행은 세계 영화사적으로도 매우 특기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문화의 영역에서 다루어질 때, 종교를 넘어서는 강력한 외연이 확보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2015년의 종교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교인구 비율은 43.9%이며 이 중 불교는 15.5%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과 함께’를 본 분들은 1,300만명이 넘는다. 1,300만이라는 숫자는 영화관람이 가능한 절대다수가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기서는 종교를 넘어서는 초종교적 문화현상을 감지할 수 있다.

‘신과 함께’는 49재라는 불교의 사후세계에서 이뤄지는 총 일곱 번의 심판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신과 함께’에는 비단 불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의 사후세계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염라대왕은 불교 이전부터 인도에 존재하던 개념이 불교를 타고 동아시아로 전파됐다. 또 태산대왕은 중국 도교에서 당나라 때 불교에 편입된 요소이고, 일직차사와 월직차사 등은 사주팔자 및 우리의 전통신앙과 관련된다. 즉 ‘신과 함께’ 속에는 불교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와 동아시아의 다양한 사후세계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합성은 불교가 다른 종교와 전통문화를 부정하지 않고 한데 융화시켜 나가는 특징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측면은 이 영화의 외연을 넓혀 흥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특정 종교소재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이 발달해도 충족될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 한국문화 속에서 1,700년을 함께 하며 종교를 넘어 전통문화 일부로 정착한 불교의 문화적 측면, 그리고 이를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서 재미있게 승화시킨 감독의 표현능력 등 복합적 요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문화의 영역은 종교보다 넓다. 이런 점에서 ‘신과 함께’는 문화의 코드를 타고 들어간 불교라고 할 수 있다. 또 재미와 감동은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키워드이다. 바로 이와 같은 초종교적 요소들이 ‘신과 함께’의 흥행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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