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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크고 화려하다고 좋은 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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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크고 화려하다고 좋은 집인가요?

입력
2018.03.01 1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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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

김진애 지음

반비 발행·300쪽·1만6,500원

좋은 집이란 어떤 곳일까. 값비싼 역세권 브랜드 아파트? 푸르른 정원이 펼쳐진 최고급 전원주택? 아파트의 편의성과 단독주택의 독립성을 결합한 맞춤형 타운하우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도시계획학 박사로 1994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차세대 리더 100인 중 한 명이었던 김진애 전 국회의원이 생각하는 좋은 집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크고 화려한 집은 ‘집다운 집’이 되기 어렵다. 지나친 허영심은 행복을 갉아먹는다. 집은 심리와 감성에 따라 의미가 무한하게 확장한다. 스스로 집안일을 하고, 삶의 흔적이 묻어나며 거주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곳이, 저자가 말하는 좋은 집이다.

옥상, 베란다, 층계, 모서리, 침대 등 집 안의 다양한 공간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껴보고 그 의미를 이해해 보자. 보물상자 같은 자신만의 작은 비밀공간이나,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서도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책은 공간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실용적인 팁에서 나아가 결혼, 육아에 대한 통찰과 조언을 담았다. 요리와 청소, 자녀와의 시간, 부부싸움, 명절 봉사와 같은 일상을 ‘집 놀이’로 즐기면 ‘집다운 집’을 만들 수 있다. ‘집 놀이’는 삶을 재미로, 생존을 행복으로 만들어 준다. 이를 통해 생활 태도나 집의 진정한 가치도 깨달을 수 있다.

작가는 우리네 집이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이라 말한다. 더 평등하게, 더 지혜롭게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성을 위한 집이 필요하다. 특히 부엌이 남성 중심이 돼야 한다. 남편의 키에 맞춘 싱크대, 작업대는 집에서 남성의 역할을 배려하는 좋은 방법이다. 큰 덩치의 남자들도 집안일을 어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익숙함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에겐 자기 방에 틀어박힐 권리를 준다. 성장통을 통해 ‘홀로 정신’을 배우는, 지극히 정상적인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이다. 집 전체를 아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가끔은 집을 비우고, 자기 공간을 스스로 바꾸는 자유를 허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은 공간과 자신의 관계를 정의하고 집에 애정을 갖는다.

작가가 제안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은 객관적 여건이 나아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가족이 함께 웃는 순간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하고, 슬퍼하는 순간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우리는 행복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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