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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옹벽 철거하니 멸종위기 도마뱀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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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옹벽 철거하니 멸종위기 도마뱀 늘어나

입력
2016.08.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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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철거된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바람아래 해변의 콘크리트 해안옹벽.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2013년 7월 철거된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바람아래 해변의 콘크리트 해안옹벽.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강가나 해안 모래톱에 살고 등에 표범무늬가 있는 도마뱀인 표범장지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동물이다. 지금은 충남 태안 해안 지역에서만 집단 서식이 관찰된다. 2008년 태안 해안에는 표범장지뱀이 약 650마리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8년이 지나 최근 조사에서는 그 개체 수가 787마리로 1.2배로 늘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로 태안 해안가에 있는 콘크리트 옹벽을 제거한 결과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충남 태안군 고남면 태안해안국립공원 바람아래 해변에 있는 콘크리트 해안옹벽을 철거한 결과 3년 만에 표범장지뱀 개체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논란이 됐던 옹벽 철거로 멸종위기 도마뱀이 늘어나는 등 생태계 복원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국내 첫 사례로 다른 해안에 있는 인공 구조물 철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안옹벽은 원래 내륙에 있는 나무 등 식물을 파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90년대에 지어졌다. 그런데 옹벽이 세워지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파도가 벽과 부딪혀 옹벽 바로 앞 해안이 집중적으로 깎여나가면서 토사가 대거 유실됐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은 옹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서종철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옹벽 설치가 자연보호에 도움이 되는 곳들도 있지만, 바람아래 해변은 벽 때문에 해안가와 내륙 사이 바다 동물들의 왕래가 끊기면서 생태계가 단절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2013년 7월 철거된 옹벽은 길이 273m, 콘크리트 무게가 1,611톤에 달했다. 옹벽이 철거된 대신 그 앞쪽에 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해안에 쌓이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대나무 발인 모래포집기를 세웠다.

3년이 지나자 해안가 모래가 이전보다 15㎝ 이상 두터워졌으며 갯그령, 통보리사초 등 염생식물 서식면적도 92㎡ 이상 확대됐다. 이런 환경변화 덕택에 표범장지뱀이 2008년보다 130마리 이상 늘었다.

해안가에 있는 옹벽을 제거해 생태계가 복원된 사례로는 국내에서 바람아래 해변이 처음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1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보호지역 등급을 ‘카테고리 5(경관보호지역)’에서 ‘카테고리 2(국립공원)’로 격상시켰다.

김종희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 부장은 “내년에도 태안 몽산포와 청포대 해안에 설치된 100여m 옹벽을 철거할 계획”이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자연에 악영향을 주는 인공 구조물을 지속적으로 제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표범장지뱀.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표범장지뱀.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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