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환직 기자

등록 : 2018.01.03 18:06
수정 : 2018.01.03 22:06

“배추 뒤덮은 석탄재…” 속 검게 타는 주민들

영흥화력발전소 회처리장 주변

등록 : 2018.01.03 18:06
수정 : 2018.01.03 22:06

하루 25톤 덤프트럭 80~90대

석탄재 파헤치고 실어 날라

“분진ㆍ소음ㆍ탄 냄새 못살겠다”

굴착 금지ㆍ조속한 복토 식재 요구

천막 농성 등 집단행동 나서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외1리 소장골 환경피해 대책위원회 농성 천막 앞에서 주민 강원모씨가 배추 위에 내려 앉은 석탄재를 손에 묻혀 보여주고 있다.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외리 영흥화력발전소 옆 석탄회(석탄재) 처리장. 25톤 덤프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까만 석탄재를 덮을 흙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석탄재 위로 쉴새 없이 물을 뿌려댔다. 이 모습을 지켜본 외1리(소장골) 주민 강원모(60)씨는 “바람이 불면 날리는 재 때문에 고통 받던 주민들이 참다 못해 들고 일어나니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이) 이제서야 흙을 덮네, 물을 뿌리네 난리를 피우고 있다”며 “그 동안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회 처리장 주변에 소나무를 심고 2, 3m 높이 철판을 세워놓고 가리기만 바빴다”고 혀를 찼다.

소장골 주민들이 발전소에서 쓰는 석탄과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 때문에 고통을 받은 건 5, 6년 전부터다. 그러나 본격적인 피해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김광희(63) 소장골 환경피해 대책위원장은 “(시멘트 혼합재로 쓰기 위해) 회 처리장에 쌓여있는 석탄재를 파헤치고 실어 나르기 시작하면서 마을로 날아드는 재가 많아졌다”며 “많을 때는 하루에 25톤 트럭 80~90대가 회 처리장과 시멘트 공장을 오갔다”고 말했다.

대책위와 인천시에 따르면 영흥발전소 회 처리장은 164만㎡ 규모다. 매립이 88% 진행된 1매립장이 141만2,000㎡, 매립률이 2% 수준인 2매립장이 22만8,000㎡ 크기다. 재가 날리는 문제가 발생한 곳은 1매립장으로, 현재 매립이 끝난 곳에는 7m 높이의 재가 쌓여있다. 발전소에서 쓰는 석탄을 쌓아두는 저탄장(면적 29만3,000㎡)에서도 바람이 불면 석탄가루가 날린다. 석탄가루와 재를 밤낮 없이 실어 나르는 선박과 차량도 문제다.

주민 황순희(70ㆍ여)씨는 “분진, 소음, 탄 타는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밖에 널거나 장독 뚜껑을 열어놓는 것은 생각도 못하는 생활을 몇 년째하고 있다”라며 “한마디로 못 살겠다”고 말했다.

김광희 인천 옹진군 영흥도 외1리(소장골) 환경피해 대책위원장이 3일 영흥화력발전소 석탄회 처리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주민들이 천막 농성에 나서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부녀회가 가꾸는 배추밭이, 날아 든 석탄재 때문에 엉망이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독거노인들에게 김장을 해준다고 정성스레 관리하던 배추 1,800포기가 재로 뒤덮인 것이다.

주민들은 회 처리장 굴착 금지, 조속한 복토와 식물 식재, 분진 발생 감시용 폐쇄회로(CC)TV 설치, 일몰 후 대형차량 통행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남동발전은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도 한국남동발전이 1997년 발전소 건설 때 체결된 환경협정과 대기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산 먼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시정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영흥발전소는 지난해 11월에만 4차례 초속 8m 이상 강풍이 불 때 석탄과 재를 싣고 내리는 작업을 했다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2월 말까지 회 처리장에 60㎝ 높이로 흙을 덮는 작업을 완료하고 3월 말까지 식물 식재 작업도 마칠 계획”이라며 “저탄장에 지붕을 씌워 옥내화하는 작업도 2025년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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