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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ㆍ야유 뒤섞인 워싱턴…트럼프 ‘권력을 시민에게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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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ㆍ야유 뒤섞인 워싱턴…트럼프 ‘권력을 시민에게로’ 선언

입력
2017.01.2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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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가족이 19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취임 식전행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환영 행사에 참석, 에이브러햄 링컨 석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가족이 19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취임 식전행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환영 행사에 참석, 에이브러햄 링컨 석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나, 도널드 존 트럼프는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중략)… 헌법을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20일 정오(한국 시간 21일 새벽 2시),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광장의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장. 구름이 잔뜩 낀 채 비가 내렸지만, 개의치 않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장 가운데로 나섰다. 조금 전 당선인에서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뀐 그는 특유의 저음으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관례대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1955년 모친에게서 받은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모델 출신으로 스물 네 살 연하의 세 번째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켜봤다.

인상적인 것은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부부였다. 러시아 대선 개입 파문 등에 따른 ‘정통성’ 시비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그들은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에 박수를 보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 지미 카터 대통령도 취임식장을 지켰다. 취임식은 오전 11시 30분 공식 개막했는데, 대통령 선서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부인 카렌 펜스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클라렌스 토머스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초임 기준ㆍ71세)이자 최대 갑부(약 37억달러) 기록을 갈아 치운 그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3주일 넘게 고민하며 작성한 취임 연설의 키워드는 ‘통합’과 ‘변화’, ‘미국 우선주의’였다. 또 “워싱턴 정치인이 독점하던 권력과 특권을 오늘부터 미국 전역의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전날 저녁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링컨 기념관’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로 명명된 환영 행사에서 “이제 도전이 시작됐다.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고, 미국 시민이 원하는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취임사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된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가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 직접 배웅했다. 오바마 내외는 역시 관례대로 별다른 의전 없이 총총히 취임식장을 나와, 캘리포니아 휴양지로 떠났다. 이들은 약 열흘 동안 두 딸과 휴가를 보낸 뒤, 내달 워싱턴의 최고급 주거단지 칼로라마 지역에 얻은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취임식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후 3시 무렵 시작된 ‘거리 행진’이었다. 의사당 끝 ‘컨스티튜션’ 가(街)에서 시작해 ‘펜실베이니아’가로 이어진 2.7㎞를 트럼프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걸었다. 도로 양옆 철제 펜스 너머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관람객도 큰 환호를 보냈다.

특히 트럼프그룹 소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워싱턴’을 지날 때는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한 시민은 “워싱턴의 중심지 펜실베이니아 가를 사이에 두고 백악관과 대형 호텔을 동시에 소유한 인물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거리 행진에는 ▦텍사스 주 포트후드에 주둔 중인 제1 기병대 ▦미국 참전용사 협회 ▦미국 보이스카우트 등 전국에서 올라온 41개 단체도 동참했다. 취임식 준비위는 행사 시작 전 ‘거리 행진’을 직접 관람한 인파가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때문에 예상보다 더디게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도착 즉시 당초 예고대로 이민개혁과 국가 안보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으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19일 워싱턴 중심가에서 반 트럼프 성향 시민들의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
19일 워싱턴 중심가에서 반 트럼프 성향 시민들의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애국심과 통합을 강조했지만, 취임식 당일 워싱턴 분위기는 오히려 험난할 수밖에 없는 그의 향후 4년 치세를 예고했다. 시내 곳곳에서 트럼프 정권의 정통성과 인종주의적 편견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워싱턴 전역에 2만8,000여명의 인력이 배치됐지만 곳곳에서 터진 항의 시위를 모두 통제하지는 못했다.

이에 앞서 전날에도 밤 늦게까지 시내 중심가에서 반(反) 트럼프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충돌을 벌였다. 특히 14번가 ‘내셔널프레스’빌딩 인근에서는 일부 반 트럼프 시위대가 검은 마스크와 복면을 쓰고 거리에 불을 질러 폭동 진압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반 트럼프 시위대는 내셔널프레스 빌딩의 트럼프 당선 축하 행사인 ‘디플로러블 볼’(Deplorable Ball) 참가자들에게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디플로러블 볼’은 지난 대선 클린턴 후보가 ‘개탄스러운(디플로러블ㆍDeplorable) 트럼프 지지자’이라고 부른 것을 빗대어 이름 붙인 행사였다. 한 반 트럼프 시위자는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가능케한 한국의 시위, 아랍의 봄을 이뤄낸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편 취임식 당일 워싱턴 시내 전역은 사실상 도시 기능이 모두 정지됐다. 전날부터 이뤄진 엄격한 차량 통제 때문에 주요 연방정부 건물과 국제기구 모두 이틀간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 혹은 휴가 사용을 명령했다. 취임식 행사 관람객 대부분도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워싱턴 시 당국도 이날 행사를 위해 지하철을 새벽 4시부터 자정까지 증편 운행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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