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관규 기자

등록 : 2017.04.21 15:41

1위 탈환 또 실패… 파격할인 손댄 BMW

등록 : 2017.04.21 15:41

7년 만에 벤츠에 국내 선두 뺏겨

신형 5시리즈 공세마저 실패

가격 투명성 높인다며 중단했던

36개월 무이자할부 등 도입

“물량 공세보단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지적

김효준(왼쪽) BMW코리아 사장이 7년만에 풀체인지된 뉴 5시리즈를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서 공개하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7년 만에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를 내준 BMW코리아가 심각한 ‘탈(脫) 2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겨냥해 내놓은 모델들이 잇따라 실패하며 선두탈환을 못하자, 지난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중단한 파격 프로모션 카드까지 꺼내 들고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브랜드 인지도 마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BMW가 1위 벤츠를 따라잡기 위해 물량 공세 보단 장기적인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BMW는 신형 5시리즈와 6ㆍM 시리즈 등을 제외한 대부분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에 들어갔다. 주요 차종에 대해 이 같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벤츠 코리아는 C클래스 등 일부 차종만 1%대 할부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차종별로 최대 49%까지 잔존가치를 인정하는 운용리스 프로그램에,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할인 판매까지 진행하고 있다. BMW코리아 소속인 A딜러 관계자는 “현재 할인폭이면 X3 차량의 경우 1,000만원 가량 현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며 “본사에서도 무리한 할당을 배정해준 이상 이런 할인을 묵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MW는 지난해 7월부터 과당 경쟁을 막고 소비자 가격의 투명성을 높인다며 ‘견적 실명제’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채 1년도 안돼 타 브랜드에 비해 할인율을 대거 높이는 등 기존 판매 방식으로 돌아간 셈이다.

BMW가 과도한 판매전략에 돌입한 이유는 경쟁상대인 벤츠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BMW는 지난해 벤츠에게 판매 1위를 내준 후 올해 1분기 역시 1만1,781대 판매에 그쳐 벤츠와 무려 7,338대나 판매대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핵심차종인 5시리즈 출시에도, 벤츠를 넘어서지 못한 게 치명적인 상처가 됐다. 지난 2월 판매에 들어간 신형 5시리즈는 풀체인지(완전변경)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M스포츠 패키지 등 옵션을 대거 적용했는데도 지난달 베스트셀링카 10위권에 520d 모델만 겨우 3위에 올렸다. 경쟁 차량인 벤츠 E클래스는 E220d, E300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4개 모델이 순위에 포함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5시리즈는 BMW에서 40%가까이 팔리는 차종”이라며 “5시리즈가 밀린다면 앞으로도 고급화 이미지에, 다양한 라인업으로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는 벤츠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MW의 판매전략 실패는 이번만이 아니다. 상위 세단인 7시리즈를 2015년 10월 풀체인지해 출시했지만 지난해 총 3,293대 판매에 그쳤다. 경쟁 모델인 벤츠 S클래스가 올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두고도 2배 넘는 6,957대가 팔린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대형세단은 운전기사를 두고 차량 오너가 뒷좌석에 타는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성향이 강한데, 주행성능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다 쓴 맛을 본 것이다. 또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심겠다며 2015년 내놓은 i시리즈는 판매저조에 시달리며 현재 파격적인 할인가격으로 재고 털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업계에선 BMW의‘추락’이 최근 3년 연임에 성공한 김효준 사장이 그간 양적 성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2000년부터 BMW코리아를 맡은 김 사장은 디젤차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 1위를 독식해왔으나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차 점유율이 급감(2015년 68.8%→2016년 58.7%)한데다, 벤츠가 기존 중ㆍ장년층 고객뿐만 아니라 젊은층, 여성 고객을 위한 판매전략을 펴면서 BMW고객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BMW가 ‘강남 쏘나타’란 별명처럼 대중적 인기를 누린 탓에 럭셔리 이미지마저 잃어 할인 패키지 없이는 팔리지 않는 브랜드로 추락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김 사장이 신뢰회복과 소비자 권리 강화 등 수입차 시장이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고창 오리농가 AI 확진… 올림픽 앞두고 ‘비상’
단원고 고창석 교사 조의금 기부
“대기하다 날 저물어…” 도 넘은 면접 갑질
‘선동열호’, 결승서 다시 만난 일본에 완패…초대 대회 준우승
[단독] “한 번뿐인 우리 아기 돌 사진 어떡하나” 성장앨범 ‘먹튀’ 100여명 피해
북한, 중국 특사 오건 말건 대미 비난 ‘마이웨이’
암암리 먹는 낙태약… “자판기 허용 안되나”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