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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열망 담은 현행 헌법, 31년 지나며 시대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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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열망 담은 현행 헌법, 31년 지나며 시대적 한계

입력
2018.03.13 16:5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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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정부수립 후 9차례 개정

사사오입 등 권력연장 악용 많아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개헌의 역사는 민주화 과정의 부침을 비추는 거울이다.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에 맞선 시민들과 마지막까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치세력 간 다툼의 흔적이 개헌의 이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행 9차 개정헌법은 1987년 6ㆍ10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탄생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 간 합의에 따라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됐다. 신군부 독재 타도를 외쳤던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대통령 5년 단임과 직선제가 핵심이다. 경제민주화, 사회권 등 여러 분야에서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도 반영됐다. 하지만 이후 30여 년이 지나면서 기본권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고, 국정농단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개헌 요구는 한껏 고조됐다.

앞서 1980년 10월 27일 발효된 8차 개정헌법은 탄생과정부터 국민들의 바람과 거리가 멀었다. 박정희 군부 독재정권 종말의 도화선이 된 1979년 10ㆍ26사태를 촉발한 부마항쟁과 1980년 5ㆍ18광주민주화운동에 뒤이은 개헌이었다. 하지만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무참히 짓밟혔다. 당시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해 5ㆍ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여세를 몰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간선제로 선출한 데 이어 개헌까지 내달렸다. 신군부는 헌법 전문에서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과 군사독재의 초석이 된 ‘5ㆍ16혁명(쿠데타)’ 계승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신군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대한민국 헌법은 9차례 개정됐다. 시민들 민주화 요구는 개헌의 원동력이 됐다. 3ㆍ15의거와 4ㆍ19혁명에 따른 이승만 초대 대통령 하야로 이뤄진 1960년 6월 3차 개헌에서는 대통령제 한계를 경험한 만큼 정부 형태를 내각책임제로 바꿨다. 자유권에 대한 유보 조항을 삭제하는 등 기본권 조항도 대폭 보완했다. 같은 해 11월 4차 개헌은 부정선거 관련자를 처벌하자는 여론을 반영했다.

물론 집권층의 권력 연장을 위한 위로부터의 개헌이 더 많았다. 집권을 연장하거나 권력 획득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꾼 1952년 7월 개헌이 대표적이다. 뒤이어 국회에서 개헌안 표결 결과 찬성이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달하자 부결을 선포한 뒤, 반올림이 아닌 올림 방식으로 표결 결과를 계산해 가결을 선포했던 ‘사사오입’ 개헌은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아 있다. 1962년 12월 5차 개헌은 5ㆍ16 쿠데타의 핵심세력인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주도했다. 1969년 6차 개헌은 대통령 3선 금지조항을 철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뒤이어 1972년 12월 공포된 7차 개정헌법은 이른바 ‘유신헌법’으로,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과 국회해산권 등을 부여해 유례없는 권력 집중형 개헌이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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