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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건설일용직의 퇴직금

입력
2017.12.01 19: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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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의 일용직과 임시직에게도 퇴직금은 있다. 예순이 넘어 건설 일을 그만둘 때 받는 퇴직공제금이 그것이다. 퇴직공제금은 사업주가 자신의 공사 현장에서 일한 직원 명의로 하루 4,000원씩을 납부하면 그 직원이 여러 곳에서 일했더라도 나중에 모아서 받는 것이다. 문제는 건설노동자의 실제 작업 일이 지난해 월평균 16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월 적립금은 6만4,000원, 연 적립금은 76만8,000원에 그친다. 일반 노동자가 1년 일하면 한 달 치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받는 것과 차이가 크다.

▦ 퇴직공제금이 1998년 도입될 당시 사업주가 내는 공제부금은 2,000원이었다. 이것이 2007년 3,000원으로, 2008년 4,000원으로 인상되고는 지금껏 그대로다. 그 사이 물가도, 최저임금도 올랐다. 이것도 252일 치 이상 적립해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사업비 100억원 미만의 민간 공사와 3억원 미만의 공공 공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다세대주택 같은 소형 현장에서 일했다면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퇴직공제금을 실제 받을 수 있는 공사는 2014년 기준으로 전체의 76%에 불과하다.

▦ 건설 공사의 직접노무비 중 퇴직공제금의 비중은 겨우 2.3%다. 총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보잘것없다. 실제로 34년 동안 일했다는 한 건설노동자는 자신의 퇴직공제금이 432만원에 불과했다며 “분하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이 정도 기간을 버젓한 직장에서 일했으면 이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퇴직금을 받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공제부금을 5,000원으로 올리고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운전기사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의견 차도 적다. 자유한국당의 임이자 의원은 건설노동자들을 찾아가 법 통과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랬던 국회가 기대만 부풀리고는 개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건설노동자들이 며칠 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포대교를 점거하는 바람에 퇴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도로를 막아 죄송하다고 거듭 머리를 숙이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건설노동자의 숙원을 외면했던 국회는 보좌진 증원과 의원세비 인상에는 쉽게 합의했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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