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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학
논설위원

등록 : 2018.02.13 16:01
수정 : 2018.02.13 18:04

[지평선] 평창올림픽과 정치포르노

등록 : 2018.02.13 16:01
수정 : 2018.02.13 18:04

경쟁력이 약한 미디어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정파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포르노 연출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스캔들과 선정성에 초점을 맞춘 정치 기사를 양산하는 배경이다. 사진은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 137명이 12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으로 돌아가는 모습. 2018. 2. 12 사진공동취재단 /2018-02-12(한국일보)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그리스어 매춘부(pornoi)와 그림(graphos)의 합성어다.

외설적인 조각상과 춘화(春畵)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물에서 흔히 발견된다. 인쇄술과 사진, 영상기술의 발전은 포르노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인터넷은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포르노 영화와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한 통계를 보면, 한 달에 약 8,000만명이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해 15억건의 포르노를 다운로드 한다.

▦ 포르노는 정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세 초기 왕족과 성직자들의 문란한 성생활을 묘사한 각종 포르노물은 왕권과 종교권력을 뒤흔든 동력이었다. 정치포르노(political pornography)라는 개념이 생겨난 배경이다. 프랑스 대혁명사의 권위자 린 헌트는 “포르노와 혁명은 불편한 동침자”라고 했다. 혁명 주도세력이 정치 팸플릿과 서적 등을 통해 루이 16세 부부의 성 추문을 확산시킨 덕분에 구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영국의 문호 조지 오웰은 올림픽을 ‘총성 없는 전쟁’으로 표현했다. 현실에서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게 대표적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을 민족주의를 고양하는 정치 이벤트로 활용했다. 197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미중 핑퐁외교의 문을 열었듯이,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한 신뢰 구축의 문을 열고 있다.

▦ 보수언론과 야당은 평화알레르기가 심한 모양이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드느라 혈안이다. 현송월 단장이 김정일 위원장 애인이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응원단이 사용한 가면을 김일성 상징이라고 공격한다. 관음증 환자처럼 여성응원단 숙소와 화장실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댄다. 포르노에서 러브스토리는 중요하지 않다.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만 반복 노출한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정치현상의 원인과 과정을 무시하는 포르노 뉴스가 넘쳐난다. 복잡한 사건을 단순화해 갈등 구조로 만들고 자극적 스캔들에 집착하는 정치포르노는 저비용으로 정치쟁점을 선점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외신기자에게서 “정말 역겹다. 이러니 ‘기레기’ 소리가 나온다”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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