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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관현악으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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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관현악으로 즐겨보세요"

입력
2017.11.1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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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판소리 중 '적벽가'와 '흥부가'를 국악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이지수(왼쪽) 황호준 작곡가는 "그저 좋은 곡 만들기가 목표였다"고 입을 모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다섯판소리 중 '적벽가'와 '흥부가'를 국악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이지수(왼쪽) 황호준 작곡가는 "그저 좋은 곡 만들기가 목표였다"고 입을 모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국악과 서양음악의 장르를 나눠놓고 일부러 섞어보려 한 건 아니에요. 어떤 악기를 사용하든 작곡가의 목표는 그저 좋은 곡을 만드는 거니까요.”

서양음악을 전공했는데 국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작곡가와 한국음악으로 출발했지만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에서 더 활발한 작곡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작곡가 이지수와 황호준의 작품을 한 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도 17일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기획 공연 ‘다섯판소리’는 기대를 모은다. 판소리 다섯 바탕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를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하는 무대다. 이 중 ‘적벽가’와 ‘흥부가’를 맡은 두 사람을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이지수 작곡가는 ‘적벽가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에서 ‘적벽가’의 대규모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호른, 트롬본, 더블베이스 등 중저음의 서양 악기를 함께 편성했다. 이 작곡가는 “음정이 부정확하고 딱 떨어지지 않는 박자가 국악의 매력인 것 같다. 서양 악기 위에서 국악기가 독특하게 발현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국악기가 서양 악기에 비해 소리 특색이 강해 관현악 편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에서 협연하는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의 도움을 받았다. “‘적벽가’에서는 기본적으로 반복되는 규칙을 속에서 찾기 힘들었어요. 피아노 솔로로 만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국악관현악이니까 또 어려웠고요. 협연하는 준수씨에게 판소리를 녹음해 보내달라고 해서 계속 들어봤어요.”

이 작곡가의 국악 작업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2015년 ‘아리랑’을 편곡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던 ‘아리랑 콘체르탄테’ 기획 때만 해도 국악관현악곡까지 만들 줄은 몰랐단다. 당시 소프라노 황수미, 소리꾼 김나니 등이 협연했고, 대금연주자 이용구가 속한 국악관현악단과 인연이 돼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 작곡가가 서양 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국악을 전공한 황 작곡가의 새로운 작업은 판소리의 본래 매력 되살리기이다. 과거에 소리꾼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재담꾼과 같은 의미였다. 마을 사람들이 판소리를 보고 듣는 건 마치 오늘날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과 같았다. 황 작곡가는 “판소리는 서사 음악이다. ‘흥부가’는 작은 아들을 사회적 약자로 그리고 더 잘 살게 만들어서 장자중심의 유교문화를 비튼 서사 자체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사를 살리기 위해 3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판소리에 1인칭 시점의 제비를 추가했다. 직접 가사까지 새로 쓴 작품 제목은 ‘제비 날다’다.

국악관현악으로 자주 연주되는 그의 작품 ‘제비노정기’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제비노정기’에서 노래를 했던 경기민요 소리꾼이자 황 작곡가의 아내인 최수정이 이번에도 협연한다. 황 작곡가는 “국악계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로서 개인적 욕심뿐만 아니라 책임감까지 생겼다”며 “판소리 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극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라고 했다.

판소리 완창은 한 곡 당 3시간이 넘는다. 관현악으로 재해석했다고 해도 어려움은 없을까? 황 작곡가는 “초등학교 때 저도 판소리보다 이선희를 더 좋아했다”며 “뭘 알아야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나머지 세 판소리는 강상구, 이용탁, 서순정 작곡가가 편곡해 무대에 올린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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