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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드레스 한 벌만 가지고 조용히 콩쿠르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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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드레스 한 벌만 가지고 조용히 콩쿠르 나갔어요"

입력
2016.06.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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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길고 가는 장유진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가장 부러운 손은 두툼하고 끝이 뭉툭한 이츠하크 펄만의 '오뎅손'"이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손가락이 길고 가는 장유진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가장 부러운 손은 두툼하고 끝이 뭉툭한 이츠하크 펄만의 '오뎅손'"이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오늘도 드레스를 챙겨오긴 했는데 프로필 사진에 있는 그 주황색 옷이에요. 큰 기대 안하고 나간 대회라 정장용 드레스는 한 벌만 가져갔는데, 우승해서 인터뷰하는 이틀 동안 이 드레스만 입었어요. 똑같은 옷만 입고 사진 찍으니까, 나중에 이 옷만 보면 큭큭 웃으시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올해 센다이 국제 콩쿠르 우승자 장유진(26)의 일본 현지 기사에는 모두 똑같은 ‘주황색 드레스’ 사진이 실리게 됐다. 2001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한국예술종합학교(김남윤 사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미리암 프리드 사사)을 거친, 요컨대 국내 클래식 연주자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장유진의 센다이 콩쿠르 우승은 시트콤처럼 막을 내렸다.

10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만난 장유진은 “주변에서 너무 오래 (콩쿠르 우승을) 기다리셔서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 (센다이에) 갔다”고 말했다. 또래 연주자에 비해 콩쿠르 출전이 드물었던 그는 마이클 힐 콩쿠르(2009년ㆍ2위), 일본 무네쓰쿠 콩쿠르(2013년ㆍ우승)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한예종 시절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기억할 만큼 학구적인 스타일이라 콩쿠르보다는 이후 입학한 음악원의 연주자, 최고 연주자과정을 착실하게 밟는데 더 집중했다. “센다이 콩쿠르는 본선, 예선 곡이 전부 오케스트라 협연이에요. 협연 기회가 많아서 공부 겸해서 나갔는데 결과도 좋았죠.”

탄탄하게 성장한 데는 부모의 ‘쿨한 뒷바라지’가 한 몫했다. 2005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할 정도로 딸 바보를 자처하지만 유학 이후에는 냉정한 관객으로 돌아섰다.“2009년 서울국제음악 콩쿠르 나가서 4등을 했는데, 아버지가 ‘연주 보니까 4등쯤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힘들면 (음악)그만 두라고 하실 분들이라, 힘들다는 말을 한 적 없었던 거 같아요.”

부모에게 물려받은 털털하고 긍정적인 기질은 음악신동이 ‘젊은 음악가’로 자라는 촉매제가 됐다. 남에게 독설을 들을 때조차 “제가 생각해도 너무 (연주)못 했다”며 배시시 웃어버리는 모습에 현재 그녀를 가르치는 미리암 프리드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미국인 인척, 쿨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농을 던질 정도.

16, 23일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센다이 콩쿠르 우승 후 첫 연주를 선보인다. 권혁주(바이올린) 이한나(비올라) 심준호(첼로)와 2012년 결성한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연주회에서다. 16일 북유럽 음악을 테마로 한 ‘노르딕’에서는 덴마크 작곡가 칼 닐센의 현악사중주,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현악사중주 1번이 연주된다. 23일 ‘슬라빅’에서는 스메타나 현악사중주 ‘나의 생애로부터’,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비밀편지’ 그리고 보로딘의 현악사중주 2번이 연주된다. 장유진은 “실내악 경험이 솔로 활동에 굉장히 도움 된다. 다른 사람 연주를 듣고, 배려하면서 연주자로서 기술도 는다”며 “제가 맡은 제2바이올린은 비올라와 함께 실내악에 중심을 잡는 역할이다. 1바이올린보다 맘에 든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그림 2프로필 사진의 이 주황색 드레스를 콩쿠르 우승 후 내내 입어야 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일본 언론사 라운드 인터뷰에서 문제의 '주황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장유진.
일본 언론사 라운드 인터뷰에서 문제의 '주황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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