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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여자로 산 50대 男 "性역할 감옥에서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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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여자로 산 50대 男 "性역할 감옥에서 탈출하라"

입력
2015.02.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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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삶에 염증

아내 설득하고

인조 가슴에 스타킹… 獨방송제작자의 도전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크리스티안 자이델 지음ㆍ배명자 옮김 지식너머 발행ㆍ308쪽ㆍ1만3,000원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크리스티안 자이델 지음ㆍ배명자 옮김 지식너머 발행ㆍ308쪽ㆍ1만3,000원

남녀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한번쯤 몸을 바꿔 살아본다면 이해도가 좀 높아질까. 여기 ‘여자 되기’ 체험을 단행한 용감한 남자가 있다. 아내까지 있는 독일 방송제작자 크리스티안 자이델(56)은 추위로 고생하던 어느 날 내복 대신 여자들이 신는 스타킹을 신어보고는 착 감기는 부드러운 촉감에 반해 버린다. 이를 계기로 여자로 사는 삶은 어떨까 궁금증을 갖게 된 크리스티안은 1년 간 여자로 살아보기로 한다. 아내의 양해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다리 털을 밀고 인조 가슴을 달고 가발을 쓰고 완벽한 화장으로 남자의 모습을 지워가면서 차츰 크리스티안은 크리스티아네로 변해 간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손톱 손질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화장법을 배우고, 걸음걸이를 수정한 끝에 마침내 남자인 친구와 함께 외출하는 과정과 여자친구들과의 수다 등 생생한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크리스티안과 크리스티아네(Christian und Christiane)’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독일 아르테 TV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크리스티안의 원래 모습(위쪽)과 여성으로의 변신 후. 스타킹과 가죽치마에 특히 열광한 그는 흘깃거리는 시선과 은근히 몸을 만지는 남성들의 손길에 당황한다. 지식너머 제공
크리스티안의 원래 모습(위쪽)과 여성으로의 변신 후. 스타킹과 가죽치마에 특히 열광한 그는 흘깃거리는 시선과 은근히 몸을 만지는 남성들의 손길에 당황한다. 지식너머 제공

여장남자처럼 보이는 50대 남자의 변신은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여자 되기에 성공한 듯 보인다.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들의 가슴을 훔쳐보는 대신 자신보다 더 예쁜지 비교하기 시작하고,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에게 당혹감을 느낀다. 190㎝가 넘는 장신임에도 술 취한 남자가 덤벼들어 성폭행 위기에 처하자 공포에 휩싸여 그 남자를 때려 눕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실제 여자들이 받는 산부인과 검사를 받기도 한다.

저자가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 까닭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같은 신념에 갇혀 성공압박으로 점철된 남자의 삶에서 오는 염증 때문이었다. 틀에 박힌 남자의 삶이 지배하는 성 역할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한 이후 무기력감이 사라지고 새롭고 신선한 기운이 저절로 생겼다고 말한다. 외면했던 여성성을 드러내면서 행동방식이나 생활방식이 훨씬 자유롭고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이유로 경계를 만드는 것은 편견으로, 여자는 자신 안의 남성성을 남자는 여성성을 끌어내는 게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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