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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종교인 과세 문제에 입 꼭 다문 '눈치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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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종교인 과세 문제에 입 꼭 다문 '눈치 국회'

입력
2015.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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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외면이었다. 9월 14, 15일과 10월 5, 6일 4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감 기관인 기획재정부에 300건이 넘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부의 종교인 과세 법제화 방침에 대한 질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종교인 과세의 ‘종’자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정부가 마련한 종교인 과세 법안이 완벽해서 의원들이 질문할 거리가 없었을 리는 만무하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ㆍ사업소득보다 저율 과세되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이 적절한지, 종교인에게만 원천징수 의무를 피할 수 있게 한 것 등이 조세 형평성을 해칠 수 있는지 등 따져봐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올해 국감은 ‘최경환 국감’이라 불릴 정도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격대상이 됐지만 종교인 과세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 최 부총리의 소극적 태도를 문제 삼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몇몇 의원들은 “아직 종교계의 동의를 다 받지 못했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부가 여태껏 일부 개신교 단체를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를 국감장에서 따져 물었어야 옳다. 이러니 조세전문가 열에 여덟(84%)이 본보 설문조사(1일자 1ㆍ5면)에서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지금까지 어려웠던 이유’로 ‘국회의 지나친 종교계 눈치보기’를 꼽지 않았겠는가.

"종교인 과세법안 연내 통과 힘들 것" 63% http://goo.gl/4ewJM6

조세 전문가 54% "한국 세제 공평하지 않다" http://goo.gl/QO6s5M

국감에서 가급적이면 자기 업무와 관련한 질의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담당 공무원들조차 국회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건 아이러니다. 한 공무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워낙 민감한 문제이니 관련 질의가 많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면서 허탈해했다. 담당자들이 종교인 과세 관련 질의에 대비해 준비한 엄청난 분량의 답변 자료는 그렇게 모두 분쇄기로 직행했다.

종교인 과세는 의원들의 종교인 눈치보기에 외면 받아도 괜찮은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말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75.3%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조세전문가는 이보다 더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한다. 정서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반박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더구나 종교인 과세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본보 여론조사에서 조세전문가 63.4%는 종교인 과세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거란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보면서 나머지 36.6%가 국회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조차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성택 경제부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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