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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 “삶 누릴 시간 있어도 쓸 돈이 없다” 역풍도

입력
2017.06.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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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기업 노사에 근로 협상 맡겨

노동시간 유연하게 조정케 할 듯

기업 따라 연장근로 확대 가능성

일각선 “주 32시간으로 줄여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주35시간제 변경 등이 포함된 노동법안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 파리 시민이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신임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을 담은 잡지를 바라보고 있다. 파리=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주35시간제 변경 등이 포함된 노동법안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 파리 시민이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신임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을 담은 잡지를 바라보고 있다. 파리=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은 20년 가까이 이어 온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무’를 다시 늘릴까.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부 장관 시절부터 근로시간 협상을 개별 기업 노사에 맡겨 노동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의 노동개혁을 추진했고, 취임 직후부터 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정부는 8월 말까지 의회를 우회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우선 가능한 것을 실행하고, 9월 개정 법을 발효할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하원선거 1차 투표에서도 전폭적 지지를 얻어 노동개혁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주 35시간제를 손 보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1998년 좌우 동거 정부가 이를 도입한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을 대 지금은 법규가 매우 복잡해진 상태다. 2002년 우파 정부의 프랑수아 피옹 사회부 장관은 연장근로를 연간 180시간으로 확대했고, 2년 뒤 다시 220시간으로 늘어났다. 2007년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벌자’라는 대선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테파(Tepa)법을 도입, 연장근로 소득에 대한 면세, 시간 당 0.5~1.5유로의 사회보장 비용 감면 등으로 주 35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장려했다. 2008년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개혁법’을 시행, 노사가 협약을 통해 연장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최대 노동시간을 주 48시간까지 늘려놓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의 핵심은 근로시간 협상권을 산별노조가 아닌 개별 기업의 노사에 맡겨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 경우 기업에 따라 연장근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의 협상력이 약한 중소영세기업 노동자일수록 불이익을 당한 우려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산별 협약을 통해 50세 이상은 주당 32시간 이하로, 젊은 노동자는 35시간 이상 일하는 ‘연령별 근로시간 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노동시간 조정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노조 의결권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 등 재계는 마크롱의 노동개혁안이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반발하면서도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중소자영업자 모임 오다스의 프랑수와 루이 부와이예 다르장송 대표는 “상당수 노동자는 삶을 누릴 시간은 있지만 충분한 돈이 없다. 근무를 마치고 투잡으로 우버 운전사를 해야 하는 처지다. 처음 주 35시간제를 채택했을 때는 일자리 나누기가 최우선이었지만, 지금은 구매력 확보 또한 중요한 숙제”라며 “노동자에게 더 일하도록 하고 일한 만큼 더 받는 것이 윈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마크롱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민주노동동맹(CFDT)도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시한을 못박아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근로시간을 주 32시간으로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와 급진 좌파당 장 뤽 멜랑숑 후보가 주 32시간제 도입을 공약했다. 프랑스노동총연맹(CGT)의 장 마크 카농 공무원노조 총서기관은 “주35시간제를 통해 추구했던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부담 감소 등은 한계에 부딪쳤다. 추가 일자리를 만들려면 주 3시간 이상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파리·몽트뢰이=박상준 기자 buttonr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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