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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과 신태용, 4강 신화 재현 위한 ‘러브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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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과 신태용, 4강 신화 재현 위한 ‘러브샷’

입력
2017.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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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오른쪽)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 중식당에서 제자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스승의 조언을 듣고 있는 신 감독 모습이 인상적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박종환(오른쪽)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 중식당에서 제자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스승의 조언을 듣고 있는 신 감독 모습이 인상적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태용아, 꼭 우승해라.”(박종환 전 감독)

“선생님의 기(氣)를 좀 받으러 왔습니다.”(신태용 감독)

박종환(80)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 신태용(47)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중식당에서 만났다.

둘은 사제지간이다. 박 감독이 프로축구 성남일화(성남FC 전신)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신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이번 만남은 더욱 특별하다. 신 감독은 오는 5월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출전한다. 박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 당시 사령탑이었다. 34년의 시차를 두고 사제가 같은 대회에 도전장을 내민 셈. 어깨가 무거운 신 감독은 새해 인사도 하고 조언도 들을 겸 스승을 찾았다.

박 감독은 신 감독과 첫 만남부터 떠올렸다.

“신 감독이 원래 일화가 아니라 대우 로얄즈(현 부산) 선수였단 말이야. 그런데 대우에서 신 감독에 한 명을 더 얹어주고 우리 선수 한 명을 데려가는 2-1 트레이드를 하자는 거야. 나는 내심 신 감독이 탐이 나서 1-1 트레이드를 하자고 해도 승낙할 판이었는데 두 명을 준다니 얼마나 좋아. 잽싸게 바꿨지.(웃음)”

1994년 프로축구 시상식. 아랫줄 맨 왼쪽이 박종환 감독. 윗줄 맨 왼쪽이 신태용 감독. 이 해에 성남 일화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4년 프로축구 시상식. 아랫줄 맨 왼쪽이 박종환 감독. 윗줄 맨 왼쪽이 신태용 감독. 이 해에 성남 일화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 감독은 스승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입단 첫 해 신인왕(1992)을 시작으로 득점왕(1996), 최우수선수(1995ㆍ2001)를 차례로 품으며 프로축구 레전드로 성장했다. 둘은 K리그 최초 정규리그 3연패(1993~95),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우승(1996), 아시아 슈퍼컵 우승(1996), 아디다스컵 우승(1992) 등 6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박 감독은 “신 감독이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었다”며 기특해 했다.

술이 한 순배 돌자 호칭이 ‘신 감독’에서 ‘태용이’로 바뀌었다.

신 감독도 일화를 꺼냈다. “우리 팀이 춘천 전지훈련 갔을 때다. 선수단이 보신을 위해 개고기를 종종 먹었는데 나는 어머님이 불교신자여서 어려서부터 개고기를 안 먹었다. 개고기 회식 때는 따로 삼계탕을 먹었다. 하루는 감독님이 나에게 저녁 먹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니 따로 개고기를 사주셨다. 평소 개고기를 안 먹는 걸 보고 그렇게라도 먹이신 거다. 그래야 힘을 쓸 수 있다며. 그 때는 몰랐는데 나도 감독을 해보니 특정 선수를 이렇게 따로 챙기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나를 많이 아끼셨다는 걸 새삼 느꼈다.”

흐뭇한 미소를 짓던 박 감독은 “태용이가 지금보다 훨씬 큰 인물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번 대회도 잘 준비해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 믿는다”고 장도를 앞둔 제자에게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신 감독은 부담이 크다. 신 감독이 연말, 연초에 많은 언론 인터뷰를 하며 평소 그답지 않게 목표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도 이런 이유다. 스승은 제자의 고충도 이해했다.

“태용아, 부담은 갖지 마라. 대신 모든 걸 다 걸고 도전해라. 그러면 반드시 열매를 딸 수 있다.”

이어 “보름에 한 번씩만 전화해. 내가 정말 위급할 때 쓸 수 있는 비법을 하나씩 알려줄 테니까”라고 눈을 찡긋했다.

’러브샷’을 하는 박종환(오른쪽) 감독과 신태용 감독.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러브샷’을 하는 박종환(오른쪽) 감독과 신태용 감독.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건배하는 장면을 찍겠다고 하자 박 감독이 손사래를 쳤다.

“신문에 술 마시는 모습이 나가면 안 되잖아?”

“선생님, 요즘에는 취중인터뷰 같은 것도 많이 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까짓 거,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 ‘러브샷’ 한 번 하자.”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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