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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호빗(9월 21일)

입력
2017.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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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9월 21일 출간된 '호빗' 초판 표지. 아래 그림이 작가 톨킨이 그린 스마우그라고 한다.
1937년 9월 21일 출간된 '호빗' 초판 표지. 아래 그림이 작가 톨킨이 그린 스마우그라고 한다.

존 로널드 루엘 톨킨(J.R.R.Tolkien, 1892~1973)의 첫 소설이자 현대 판타지 문학의 새 장을 연 작품 ‘호빗’의 초판 1,500부가 1937년 9월 21일 영국 ‘조지 앨런 & 언윈’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무명 언어학자 톨킨이 직접 표지를 디자인한 책은 금세 매진돼 그해 말 컬러 삽화를 넣은 2쇄를 찍었지만, 전쟁 중이라 종이를 배급(~49년)하던 때였고 당시에도 책은 품귀였다고 한다. 저자 서명이 있는 ‘호빗’ 초판본은 2년 전 소더비 경매에서 13만7,000파운드(약 2억원)에 팔렸다.

언론 서평도 호평 일색이었다고 한다. 더 타임스의 서평은 톨킨의 친구이자 옥스퍼드대 동료 교수였던 ‘나니아 연대기’(1950)의 작가 C.S. 루이스가 썼다. “어린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풍성한 유머와 신화에 대한 시적인 표현, 학문적 통찰이 어우러진 작품(…) 작가는 트롤과 용을 연구한 학자이기도 하다.”

고대 영어 학자인 톨킨이 트롤과 용을 연구했다는 건 그가 베오울프 등에 대한 문학비평을 한 이력을 말하는 거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루이스 등과 함께 옥스퍼드대 문학서클 ‘잉클링스’의 멤버로 활동하며 북유럽 신화를 공부했다.

네 자녀의 아버지였던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창작 이야기를 선물할 만큼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걸 즐겼다. 청자가 아이들이어서 그의 상상력은 거침없이 확장될 수 있었고, 그가 전문 학자여서 뼈대와 디테일이 굳건하고 정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빗’은 제3시대 난쟁이 호빗족 주인공 빌보가 마법사 간달프 등과 함께 사악한 용 스마우그를 물리치고 난쟁이 왕국과 보물을 되찾는 모험 이야기. 출판사 요청으로 그는 54, 55년 ‘반지의 제왕’ 3권을 이어 출간했고, 더 앞서 쓰기 시작해 사후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가 편집한 ‘실마릴리온’(1977) 등을 남겼다. 그는 현대 판타지 문학의 수원지를 구축했다.

방대한 스케일과 파란만장한 서사 등 그의 작품은 엄청난 미덕을 지녔지만 가장 매력적인 건 등장 인물(종족)들의 캐릭터일 것이다. 그 중 호빗은 평화롭고 욕심 없는 삶을 즐기지만 식탐만은 유별나 하루 대여섯 끼를 먹고, 툭하면 친지를 초대해 파티를 즐긴다. 그 탓에 시장 겸 우편배달부가 무척 바쁘고, 또 그래서 우편배달부는 호빗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인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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