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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화성에서 온 환경, 금성에서 온 에너지

입력
2017.08.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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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에너지는 종종 한 바구니에 담겨 논의된다. 관련 부서 통합 의견도 나오고, 학교에서 하나의 과목으로 묶어서 가르치기도 한다. 실제로 둘은 중첩되는 부분이 있고, 특히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발전이 부각되면서 둘의 교집합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둘은 서로 성격이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이해구조를 가지고 있듯, 환경과 에너지도 상이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환경의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와 보전이다. 간과하기 쉬운 환경의 파괴는 삶의 질뿐만 아니라 인류 생존까지 위협한다. 이러한 절박성은 환경의 시각을 종종 근본적, 비타협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절대적 선의 개념인 환경보호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가치를 안고 있다.

에너지의 시각은 환경에 비해 생산과 사용의 개념을 더 많이 담으며, 가변적 성격을 가진다. 일상생활에서 산업활동 전반에 이르기까지 지속 공급되어야 하는 에너지는 여러 형태의 기술ㆍ경제적 요소를 동반한다.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수요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기에 ‘에너지 믹스‘라는 혼합구성비의 개념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가격, 공급량, 효율성, 공급안정성, 친환경성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

최근의 탈 원전 및 에너지 전환 논의는 에너지 정책의 요소 가운데 친환경성을 특히 강조한다. 석탄발전에 따른 탄소 배출과 미세먼지는 핵심적 환경 문제로 부각됐다. 원자력 발전은 환경 및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극단적 대립구도를 형성해 왔다. 원전의 환경위험성에 대한 측정치는 실제 통계자료에 나온 수치에서부터 거의 무한대에 이르는 환경비용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그에 따른 의견 대립은 객관적 정책 논의뿐만 아니라 근본적 가치와 진영 논리까지 안고 있다.

탈 원전과 에너지 전환 문제는 더 이상 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며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방향에 이견이 있기 어렵다. 하지만 그 실행 계획의 수립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에너지와 환경을 하나로 보는 일원론적 논의와 에너지원을 선악의 개념으로 대립시키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이한 기술과 파급효과를 지닌 에너지원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오해와 불신을 낳기 십상이다. 환경론자가 쓴 에너지 교과서가 완벽할 수 없듯, 에너지 사업자가 바라보는 환경 이슈 역시 완전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 논의가 비용 문제로만 치환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가치가 반영되는 경우 엄밀한 비용 산정은 어려워지고 신뢰성 역시 모호해진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다루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기도 한다. 또한 에너지 기술력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커져야 한다. 미국 및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실제로 자신들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의 탈 원전 논의에서도 지난 40여 년 간 축적된 관련 기술의 활용과 앞으로의 연구 개발에 대한 치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석탄발전 역시 단순한 폐쇄와 감축을 넘어 초고효율 발전과 탄소 절감 기술에 대한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기술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에너지 전환 논의가 보다 생산적일 수 있다.

에너지는 선악의 개념이라기보다 선택의 문제이다. 환경과 에너지 어느 한쪽이 완승을 거두기는 어렵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분명 존재하는 중첩과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환경과 에너지의 교집합은 에너지원의 교체보다 에너지 효율과 절감에 있다. 무슨 에너지원이든 많이 쓰면 환경의 적이 되고, 적게 쓰는 에너지만큼 환경을 사랑하는 방법은 없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할지라도 보다 행복한 조화를 이룰 수는 있듯, 환경과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게 에너지 전환의 일차적 과제이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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